결혼 이주민 여성들 한국어 수업…‘올 추석에는 한국어로 인사할래요’

입력 2015-09-21 20:40
21일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국어교실’에서 결혼 이주민 여성들이 한복 입기 체험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조금 전에 먹은 반달 모양의 떡 이름은 뭐죠?”

“송편이요.”

“우리나라 지도 속 동해바다 작은 외딴 섬 이름 아세요?”

“독도입니다.”

추석을 앞둔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주민센터 2층 ‘찾아가는 한국어교실’.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중국…. 출신국과 나이는 다르지만 우리말 공부에 푹 빠진 14명의 결혼 이주민 여성들 눈빛은 초롱했다.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해 이번 추석에 만날 시댁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불규칙에 사이시옷까지 한글은 배우고 배워도 너무 어려워요.”

한국 온 지 4년 2개월 된 캄보디아 출신 속칸(32)씨는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어교실에 4년째 나오고 있다. 신랑과 가족들에게 유창한 말솜씨를 보여주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쳐주고 싶어서다.

이날 수업은 추석 차례상에 오를 송편 등 한국 음식 이름 배우기, 한복 입기, 17개 광역 시·도명 익히기, 미용실 생활 용어 배우기 등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만들어 온 송편, 동그랑땡, 잡채 등 차례상 음식을 맛보며 이름 익히기에 푹 빠져들었다.

중국 톈진에서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5개월 된 아이만 데리고 지난 8월 한국에 온 류샨샨(31)씨도 2시간 내내 선생님만 바라보며 읽기 듣기 쓰기에 몰입했다.

“중국에 홀로 남아 고생하는 우리 신랑이 오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와도 한국 말로 대화하고 싶어요.”

이날 수업을 맡은 임정숙(50·여)씨는 “결혼 이주민 여성들이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첫 열쇠는 우리 사회의 배려와 한국어 구사 능력”이라며 “20여명의 선생님들이 재능봉사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현재 고양시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족 1900여명에게 방문 또는 집합 한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 문이 열리자 2시간 동안 밖에서 아이를 보며 기다리던 시어머니가 류샨샨씨의 어깨를 다독였다. 우리 말 공부에 푹 빠진 며느리를 바라보는 시어머니의 눈빛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고양=글·사진 김연균 기자

고양=김연균 기자 y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