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재신임 카드 철회요구를 수용하면서, 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도 일단락됐다.
특히 비주류 의원들이 사실상 전선에서 크게 후퇴하면서, 흔들리던 당이 이제 안정을 찾으리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다만 비주류 일각에서는 '패권주의'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여전해, 다시 갈등이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안철수 전 대표가 내놓은 혁신안 및 한명숙 전 총리 판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두고는 주류와 비주류의 입장이 정면 충돌해 여전히 완전한 봉합은 이뤄지지는 않은 모습이다.
문 대표가 이날 재신임 투표 철회 입장을 발표하자, 당내 분란은 표면상으로는 안정되는 모습이다.
문 대표로서는 비주류에서 더이상 '대표 흔들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극한의 분열을 피하기 위해 일단은 절충안을 받아들였으며 비주류 역시 일단 전선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찬회동에서 이후 재신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민집모의 한 의원은 "재신임을 하지 않는 것은 잘된 일"이라며 "더 이 얘기를 끌고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재신임은 애초부터 문 대표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인 만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국감에 전념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햇다.
이같은 비주류의 태도 변화를 두고 이번 세대결 국면에서 응집력과 조직력이 크게 뒤쳐지며 더 싸움을 이어가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비주류가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강행' 승부수에 대응할만한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저항할 힘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자 당내에는 '화해무드'가 급속히 번져나갔다.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주류와 비주류, 친노와 비노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다소 생각이 달랐던 것 뿐"이라며 "승자와 패자가 아니라, '상생하는 운명공동체' 안에서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주류 내부에서는 여전히 패권주의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와 이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조선시대 '선위 파동'처럼 문 대표에 의해 촉발된 재신임 파동이 당내 반대에 부딪혀 겨우 봉합됐을 뿐"이라며 "분열의 골만 더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마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전날 제안한 인적쇄신 방안이 논란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전 대표가 쇄신 분위기를 잔뜩 끌어올린 상황에서, 지도부가 혁신드라이브를 걸면서 본격적인 물갈이 작업에 착수할 경우 진영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23일에는 혁신위가 마지막으로 고강도 인적쇄신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지도부의 대응 '온정주의'로 비판한 일을 두고는 당이 반으로 갈라지며 충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주류진영을 중심으로는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면반박이 이어졌다.
문 대표가 이날 CBS라디오에서 "온정주의 비판은 당치않은 이야기"라고 정면으로 받아친 데 이어, 홍영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권력에서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만들어낸 사악한 사건"이라고 했다.
김경협 의원은 트위터에 "부패척결에는 당연히 동의하지만, 성완종 리스트 친박무죄, 정치검찰의 야당 표적수사 등에 대한 지적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수년에 걸친 재판의 고통 등 억울함은 어찌하느냐"고 안 전 대표에 반박했다.
설훈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며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대법원 판결만 갖고 부패라고 몰아가면 반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인 송호창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대법원 최종확정 판결에는 당 내부에서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 비주류 작전상 일보 후퇴” 23일 혁신위 고강도 인적쇄신안 갈등 증폭 예
입력 2015-09-21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