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군 등에서 미성년자 성학대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만 이곳에 주둔하는 미군에 묵인하라는 지침이 내려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에서 군벌 출신 등 권력자들이 행하는 미성년 남색(男色), 즉 소년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행위가 횡행해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지탄을 받고 있다.
현지어로 ‘바차 바지(bacha bazi)’, 영어로는 ‘보이 플레이(boy play)’라 불리는 이런 행위는 아프간에서 권력자의 위상을 과시하는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어 아프간 주둔 미군은 ‘불개입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NYT는 이는 아프간 경찰, 미국이 훈련시키고 있는 민병대 부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군 주둔의 큰 목적은 탈레반을 격퇴하기 위함이지 지역 사회의 불합리한 관습과 싸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부대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아프간 군경의 개인적인 아동 성학대 의혹은 아프간 형법에 따라 다뤄질 문제”라고 답했다고 NYT는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의 이런 ‘관습’은 미군기지 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기지에서 아프간 경찰대장과 함께 생활하던 소년 중 한 명이 총격 사건을 일으켜 미군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숨진 그레고리 버클리 해병 일병의 아버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밤마다 아프간 경찰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하는 소년들의 비명이 들려 괴롭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총격 사건이 이러한 남색 행위에 연관돼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장교들은 아들에게 ‘그건 아프간의 문화이니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식으로까지 얘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왜 아들이 이러한 터무니없는 총격 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인지 알아내고자 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NYT에 따르면 이런 야만적 행위에 참다못해 군을 떠나는 장병들도 있다.
아프간에서 특수부대 대위였던 댄 퀸은 침대에 소년을 묶어놓은 채 성노예처럼 부리는 동료 아프간 민병대 지휘관을 때려 눕혔다가 징계를 받고 군을 떠났다.
퀸은 “우리가 아프간에 간 이유는 탈레반이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몹쓸 짓을 했다고 들어서였는데, 오히려 탈레반보다 더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권력에 앉히고 있었다”며 미군의 방조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아프간에 만연한 소년 남색 … 미군 방관 논란
입력 2015-09-21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