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가장 참혹한 곳인 야르무크에서 희망을 노래해 세계를 감동시켰던 피아노맨이 결국 시리아를 떠나 난민으로 전락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N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시리아 피아노맨으로 알려진 아이함 아흐마드(27)씨가 독일로 가려고 시리아를 떠나 터키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아흐마드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정착한 야르무크의 폐허가 된 길거리에 피아노를 놓고 지난해부터 노래와 연주를 시작했다. 인적이 거의 없는 헐벗은 길가에서 임시로 만든 미니 단상에서 그가 피아노를 치며 지휘까지 하는 모습은 전 세계인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특히 “야르무크로 돌아와요, 당신의 어머니 야르무크를 버리지 말아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노래도 불렀는데 결국 그 자신이 야르무크를 떠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이 야르무크에서 충돌한 이후 그는 희망의 노래를 접어야 했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요하는 두 조직 모두 서양악기를 사용한 음악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아흐마드는 NBC에 “4월 17일은 제게 역사적인 날입니다”라며 “제 생일인 그날 그들(알누스라전선)은 가장 친한 친구(피아노 등 악기)를 태워버렸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먹을 것이 전혀 없어 끝내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며, 지금은 처자식을 다마스쿠스의 안전한 곳에 두고 혼자 시리아를 떠나 독일에서 미래를 찾겠다고 말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배낭을 매고 청바지를 입은 채 난민으로 변한 그의 모습도 함께 소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시리아 컴백 노래하던 '피아노맨' 끝내 유럽행 난민으로
입력 2015-09-21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