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금융지원이 빈부격차만 키웠다+미미한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

입력 2015-09-20 20:32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맞춤형 금융상품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계층 간 소득불평등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소득층 부채가 소득을 늘리기 어려운 취약계층 위주로 늘어나는데다 정부 지원대책도 이자비용을 일부 줄이는 데 집중돼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부족해져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20일 하나금융포커스에 발표한 ‘서민금융과 소득분배’ 보고서를 보면 근로소득 뿐 아니라 자산(부채 포함)을 합산해 산출한 지니계수(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는 2012년 0.3580에서 지난해 0.3534로 개선됐지만, 원리금상환액을 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3968에서 0.4415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의미다. 원 교수는 “금융을 활용해 저소득층의 미래소득을 늘리려는 서민금융이 소득분배를 개선하기보다 되레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이 돈을 빌렸을 때의 소득 증대효과(주택가격 상승 등)는 불확실한 반면 대출금 상환 압박은 더 커진 탓이다.

이는 서민금융대책의 무게중심이 금융 지원에서 소득 확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화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특징 중 하나는 저소득·저자산층(소득·자산 1분위), 월세 거주자, 비정규직 가구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소득층에 비해 부채규모는 작지만 상환능력이 떨어져 부실위험이 크다. 원 교수는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고소득층과의 소득격차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의 조세 체계가 소득 불평등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경우 세금을 떼기 전인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41이고 세금을 뗀 후인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02이었다. 세전 대비 세후 지니계수 변화율, 즉 세금의 불평등 개선 효과는 11.4%으로 계산됐다. 이는 OECD 평균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헝가리와 멕시코를 제외한 32개 국가의 세금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34.0%로 조사됐다. 다만 한국의 경우 세금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2011년 9.1%, 2012년 9.2%, 2013년 10.1%에서 지난해 11.4%로 상승하면서 다소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백상진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