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려요” “화끈 거려요” “느낌이 이상해요”
심각한 당뇨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이처럼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만 잘해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오랜 기간 지속된 혈관 속 당으로 인해 말초신경이 손생돼 발생한다. 이 합병증을 방치할 경우 신경 손상이 지속돼 발 감각이 무뎌지고, 발이 썪어들어가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발병 이후에는 환치가 어렵지만 조기 진단하고 관리하면 족부 질환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 환자의 30~50%에서 동반된다. 평생 유병률은 60%다. 당뇨병 진단 초기에는 6%에 불과한 유병률이 진단 10년 후에는 20%까지 증가하고, 25년 후에는 50%에 달해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혈당 관리를 꾸준히 잘 해온 환자라도 당뇨병을 오래 앓았다면 당뇨병성 신병병증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무증상 환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선 다리에 심한 통증을 동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다. 통증은 낮보다는 밤에 더욱 심해져 수면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실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갖고 있는 환자의 수면장애 정도를 조사한 결과, 수면의 질을 100점으로 했을 경우 ‘충분히 많이 잠을 잤다’고 느끼는 경우는 32.69점에 그쳤다. 만성 통증이 지속되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수면 장애가 야기되고 나아가 우울증, 불면증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또한 혈당 조절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한 환자의 경우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최대한 통증을 완화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삼환계항우울제,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억제제, 국소도포제 등이 처방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우제 교수는 “혈당 조절 등에는 적극적인 환자들도 통증 치료에는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통증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진단 비율은 1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이 증상을 질병으로 잘 인지하지 못해 의사에게 말하는 것이 늦어진다는 의미다.
신경병증 통증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쑤시는 통증, 타는 듯한 통증, 예리한 통증, 쥐어짜는 통증 등 다양하다. 반대로 통증이 없는 증상으로는 무감각증, 발이 고무로 변한 듯한 느낌, 양말을 신고 있는 듯한 느낌 등을 호소할 수 있다.
많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들은 이 두 범주의 증상을 모두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증상을 놓치기 쉽다.
건국대병원 내분비내과 송기호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해당 증상이 없어도 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발에 통증이나 이상 감각이 느껴지면 지체 말고 전문의를 찾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당뇨 합병증 1위, 신경병 통증 “말만 잘해도 당뇨발 절단 막는다”
입력 2015-09-20 19:55 수정 2015-09-22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