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도부 비리감싸기, 침묵하는 혁신위”...국민만 보고 가겠다

입력 2015-09-20 16:47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일 당내에 만연한 '온정주의'를 비판하며 강도높은 부패척결 정치혁신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2년 대권도전 선언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지 3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공정성장론'을 통한 민생·정책 행보를 진행하던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을 계기로 정치혁신의 전면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회견은 지금까지 당 혁신작업을 주도한 혁신위의 활동에 대해 최근 '실패'라고 주장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얼마전 혁신위가 '물갈이 공천안'에 매달리는 데 대해 "혁신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는데 이날 회견은 마치 "정치혁신의 본질은 부패척결"이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그의 의지는 "부패와 단호히 싸워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부터 묻어났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서 부패 연루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비롯해 부패 혐의로 기소시 당원권 정지, 공천 배제 등 무관용 원칙을 제안했다.

또 부패 혐의 최종 유죄확정 당원에 대한 즉시 제명과, 당내 윤리문제 '감시견'역할을 하는 윤리기구의 혁신도 주장했다.

그동안 제시된 부패척결 방안보다 훨씬 강도높은 주장이어서 관철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여당의 부패문제에 대해선 엄정하면서 당내 부패에는 눈을 감거나 '야당탄압'이라고 반박하는 이중잣대를 꼬집었다.

그는 당 상황에 대해 "윤리의식은 부족하고 온정주의는 넘친다"면서 "최근 대법원 판결까지 볼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국민의 정서에 비춰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당내 주류의 감싸기를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안 전 대표는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패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지만 당 지도부는 거꾸로 감싸는 발언과 행동을 보였다"면서 "이를 제지해야 할 혁신위원회는 침묵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공격적 태도는 차기 대권 경쟁자인 문 대표가 최근 '재신임카드'를 내세워 비주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갈이 공천안을 밀어붙이며 당내 기반을 다져가는 것을 견제하는 한편, 문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친노계를 병풍삼고 있는 문 대표와 달리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전 대표는 부패척결이나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자기정치'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3년이 됐고, 제 1 야당의 공동대표까지 지냈으면서 뚜렷한 업적이나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을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또 이날 회견은 문 대표에 맞서기 위해 비주류와 손을 잡는 식의 '정치적 결탁'에 자신을 맡겨 '계파정치'에 휩쓰리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당내 부패·비리문제를 보면 주류보다는 비주류쪽 인사들이 더 많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안 전 대표는 회견문 말미에 "저의 부패척결방안은 계파를 떠나 당내 많은 분들에게 비난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선언은 '임전무퇴 새정치 2.0'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고, 또다른 측근은 "당에서는 '너만 잘났냐'는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낡은 진보 청산과 새로운 인재영입에 대한 후속 구상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