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도착해 열흘간의 쿠바·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나와 교황을 환영했다. 특히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공항에서 교황을 영접하면서 쿠바와 미국 사이의 관계 회복을 교황이 도와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와 미국의 역사적인 화해 과정에서 양국 정상에 서한을 보내고,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막후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쿠바가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재개한 것은 “전 세계 화해의 모범이자 희망을 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교황이 공항에서 숙소까지 차량퍼레이드를 벌이는 동안 거리에는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쿠바와 바티칸 깃발을 흔들면서 열광했다.
교황은 나흘간의 쿠바 방문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미 의회와 유엔총회에서 각각 연설할 계획이다. 교황의 유엔총회 연설에 맞춰 카스트로 의장도 유엔총회에 처음 참석한다.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교황을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의 잠재적 타깃으로 보고 경호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교황은 22∼27일 워싱턴DC와 뉴욕,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동안 거리행진과 야외 미사 등 일정으로 도시 곳곳을 누빌 예정이어서 미 당국은 경호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27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야외 미사에는 100만명 가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경호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이들 기관은 예상했다.
이와 관련 뉴욕시는 교황의 뉴욕 방문 일정에 맞춰 도로 통제 리스트를 발표하고 교황 참석 행사에서 입장객들에 엄격한 몸수색을 실시하기로 했다. 무기는 물론 셀카봉, 특정 사이즈의 배낭, 우산 등이 금지되고 24일부터 30일까지 드론 등의 비행이 전면 제한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교황, "미-쿠바 관계 개선 화해의 모범사례", 미, 경호 비상
입력 2015-09-20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