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다 하면 해운대, 광안리 정도만 아는 이들에게 다대포해수욕장은 낯설다. 도도한 낙동강 하구와 만나 갯벌과 백사장을 모두 안고 있는 곳이다. 숨은 보석 같은 이 바다가 난해하다는 현대미술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기 위한 전시장으로 변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5 바다미술제’가 19일 개막했다. 낙조분수대를 지나 해변으로 들어서면 옆집 중년 부부처럼 편안하게 생긴 남녀 시멘트 조각(김원근작 ‘손님’)이 손님을 맞듯 서 있다. 일본 현대미술작가이자, 존 레논의 부인인 오노 요코의 작품 ‘소망나무’(소원을 적은 쪽지를 나무에 매다는 것) 너머로 수염고래, 노랑가오리, 게 등 바다생물 모양의 바람 풍선이 날리며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뉴질랜드 피터 린 카이트사의 작품이다.
한국, 영국, 일본, 인도 등 16개국 34명(팀·국내 19, 해외 15)이 참여했다. 김성호 전시감독은 ‘보다-바다와 씨앗’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산포하는 씨앗’ ‘자라는 바다’ 등 몇 개의 작은 섹션으로 꾸몄다. 해변에 칸막이가 있을 리 없으니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목전의 작품을 보고 경험하면 된다.
설치, 조각,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등 장르에 상관없이 바다라는 장소성을 잘 살렸다. 그러면서 환경, 난민, 폭력 등 지구촌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이종균 작가는 대나무로 얼기설기 큰 고래를 엮었다. 이 고래 안에 캔 압축기계가 컨베이어벨트처럼 돌아가고 분리수거함도 설치 돼 있다. 고래 입에 캔을 넣으면 벨트를 따라 올라가며 찌그러뜨려져 분리수거가 된다. 컨베이어벨트는 환경을 생각하는 키네틱아트인 것이다. 빨강, 초록, 검정, 노랑의 염전도 눈길을 끈다. 다국적 작가로 구성된 그룹의 ‘상상 염전’ 색깔은 목탄, 빨간무, 송화가루, 녹차 잎으로 만들어졌다.
장화를 신고 거기 들어가 써레질을 하면서 사라질 위기의 염전과 생태 복원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작가 측은 말했다. 헝가리 조셉 타스나디는 배와 노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연작처럼 2점 설치했다. 밀물이 들면 노가 물 위로 떠올라 실제로 젓고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작가는 “나 역시 루마니아 출신 이민지다. 시리아 난민사태에서 보듯 탈출하기 위해 보트에 목숨을 거는 이주민의 삶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박스도 적극 활용했다. 사람의 숨을 불어 무늬를 만든 최선 작가의 잉크 그림과 폐선풍기 커버, 부러진 상 등 폐기물에 나무를 심은 태국 사라웃 추티옹페티의 작품이 컨테이너 안에 전시됐다. 컨벤션센터 같은 대형 실내 전시는 물량 공세로 관람 피로도를 높인다. 야외미술제는 900m 해변 모래사장에 34점 작품을 적당한 거리에 배치했다. 작품끼리 시각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 아내와 관람 중이던 김동엽(27·김해)씨는 “현대미술하면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미술관처럼 조용히 하지 않아도 되고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모든 전시는 무료이며 10월18일까지.
부산=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부산바다미술제 “해변 산책을 풍요롭게 하는 전시”
입력 2015-09-20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