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라.닥치고 있어...왜 깽판놓냐” 총선 필승 건배사 국감서 막말 작렬

입력 2015-09-18 17:33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국회 국정감사가 18일에도 어김없이 막말로 얼룩졌다.

국회는 이날 안전행정위를 비롯해 정무, 기획재정, 법제사법 등 12개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이어갔다.

행정자치부를 대상으로 열린 안행위 국감은 선거관리 주무 장관인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선거중립 위반 논란이 또 쟁점이 되면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장면이 재연됐다.

정 장관은 지난달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쳐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는 한편 정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정 장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선거중립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며 '강력한 주의'를 결정했다.

안행위는 당초 지난 10일 행자부 국감을 한 차례 열었으나, 야당이 정 장관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선관위 결정이 나오고 나서 국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집단 퇴장해 여당 단독으로 진행하는 등 파행했다. 여야는 추가 협의를 통해 이날 행자부 국감을 다시 실시했다.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난번 파행 이후 변동된 사항은 선관위에서 (정 장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 것 외에는 없다"며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처음인데, 과연 이 건이 탄핵소추까지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탄핵소추할 생각이 있으면 오늘 국감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은 "왜 자꾸 정쟁화시켜 시끄럽게 하느냐"며 조 의원을 가리켜 "원내수석부대표인 양반이 여기 와서 깽판 놓으려고 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발언에 조 의원이 반발하자 강 의원은 급기야 "닥치고 있어. 닥치라고"라고 소리를 치면서 "점잖게 참석해서 잘해볼까 하는데 여당답지 못하게…"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측에선 새누리당을 향해 "적반하장, 후안무치"라는 표현과 함께 정 장관 발언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에 비유했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말 똑바로 하라. 여기서 국정원이 왜 나오느냐"고 받아치는 등 여야가 격한 언쟁을 벌였다.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야 정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일과 관련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올린다"며 "선관위의 결정을 각별히 유념하고, 선거 지원 사무에 있어서 법령을 엄중히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세청·조달청·통계청을 상대로 한 기재위 국감에선 롯데, 신라, 한화 등 재벌그룹 계열 면세점에 대한 특혜 논란과 독과점 구조, 면세점 심사정보의 사전 유출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독과점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부패로 직결된다. (독과점 구조 유지의 배경에) 기존 업체와 관세청의 강한 결탁이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 심사위원 명단의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판사의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재판하면 공정하다는 논리와 같다.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으면 '아는 사람'만 알게 되고, 더 불공정해진다"고 꼬집었다.

정무위에선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국감을 열어 '전횡 논란'에 휩싸인 조남풍 재향군인회(향군) 회장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은 "조 회장이 취임한 이후 국가안보의 중요한 한 틀인 향군이 끊임없는 논란과 혼란에 휩싸여 정상적 업무가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조 회장의 직무정지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현역에 있을 때나 예비역이 됐을 때나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 건 제 스스로 용서하지 않는다"면서도 "250명의 대의원으로부터 선출된 선출직 봉사자다. 그분들의 동의 없이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추석 같은 명절 때 농민이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 이런 것들을 선물하는 것은 미풍양속"이라며 "농어민과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행령을 잘 좀 다듬어보라"고 당부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당초 8월경에 입법예고를 하려 했으나 막상 일을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며 "당분간 의견수렴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법사위의 대구고·지검 국감에선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경찰이 심 의원을 불러 한차례 2시간만 조사한 뒤 다음날 무혐의 처리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면서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 드러난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제명안이 통과된 심 의원은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결론이 내려지면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검은 심 의원의 기소 여부를 추석 연휴 이후 결정할 방침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