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카드 철회 가능성 시사한 문재인 발언 의미 및 배경

입력 2015-09-18 17:3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재신임 투표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강행할 경우 당내 반발은 물론 중진의원들의 총의도 무시했다는 비판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철회 가능성과 함께 강행 의사도 함께 내비치고 있어당분간 재신임 투표 관련 당내 갈등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신임 철회 조건=문 대표 측은 재신임 투표 가능성 철회 시사와 관련해 “중진의원들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승용 오영식 유승희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 다수 의원과 중진의원 그룹, ‘김상곤 혁신위원회’까지 재신임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재신임 투표 강행만 고집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실제 문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원 그룹의 의견에 경청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문 대표는 동시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제가 제안을 한 자체가 당내 계속되는 분란을 이제는 끝내자는 뜻으로 제안 한 것”이라며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가 재신임 의사를 번복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행 의사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중신의원들의 제안에는 경청할 뜻을 동시에 내비쳤다.

재신임 투표 철회와 관련한 문 대표 측의 입장은 간단하다. ‘비주류의 백기투항’이다. 재신임을 철회하려면 ‘문재인 흔들기’가 중단돼야 한다는 선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이후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 직전까지 진행시킬 혁신 드라이브에 동참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의 한 인사는 “20일 연석회의에서 비주류 측이 만장일치로 문 대표와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 치르겠다고 합의하지 않으면 재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표 측은 연석회의에서 재신임을 철회할 수 있을 만큼의 명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당직자는 “대표가 ‘살신(殺身)’을 하고 나서는데 비주류가 살신은 못하더라도 ‘성인(成仁)’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지도부 전방위 압박, 20일 연석회의가 분수령=이날 당 지도부, 중진 의원들 뿐 아니라 당 혁신위원회까지 재신임 철회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문 대표가 느끼는 압박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께서는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시고 당의 단합을 위한 중진들의 의견들을 심사숙고하시라”고 했다. 혁신위는 문 대표의 재신임 철회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는 한편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문 대표와 오찬을 갖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시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재신임 투표 강행 여부는 이제 연석회의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 등 중진들은 당내 설득과 통합을 위한 노력에 나서기로 했지만 일부 비주류들이 총회에 불참하는 등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님의 재신임 문제는 우리 당 역사의 비극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저는 그래서 반대한다”며 “그래도 강행하시겠다면 저를 밟고 가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력 반발했다. 한 비주류 측 인사는 “불 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소방수더러 책임지랄 수 있느냐”며 “이 부의장 등 중진 의원들이 나선다고 해서 연석회의에 다들 모일지 그리고 문 대표를 재신임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