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17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현재의 0∼0.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면서 “10월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최근 들어 해외 경제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 10명 중 9명이 이날 금리동결에 찬성했다. 반대자는 0.25% 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장이었다.
FOMC가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 신흥국 경제불안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해 왔다. 연준은 지난 5월부터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9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신흥국은 물론 자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모두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은 FOMC가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이냐 하는 점이다. 올해 FOMC 회의는 10월(27∼28일)과 12월(15∼16일) 두 번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차기 회의가 열릴 때까지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보지만 ‘올해 12월 인상’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조사에서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16명의 전문가 중 7명이 12월에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인상 전망은 4명이었고, 내년 3월과 4월이 각각 2명과 1명이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를 심화시켜 미국의 수출 부진과 수입 확대 등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중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은 것도 연준의 고민을 키울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형국이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금리 인상이 내년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8일 국내 금융시장에는 미국 금리 동결에 따른 안도감이 크게 작용해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9.46포인트(0.98%) 오른 1995.9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85%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는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올랐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38% 상승했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입장에서는 미 금리 인상에 대비할 시간을 벌게 돼 일단 증시의 숨통은 트인 상황이다. 하지만 10월이나 12월에 또다시 금리 인상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어 증시 반등세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제유가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로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공급과잉 우려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바람에 떨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해 연 금융협의회에서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상황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면서 “연준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참고하겠다고 한 것은 기존 입장에서의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 금리 동결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여전히 금리 인상 시점의 불확실성이 남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천지우 기자 swchun@kmib.co.kr
미 기준금리 동결, 옐런 의장 “연내 인상 가능성은 여전”
입력 2015-09-18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