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새내기 여경이 자살하려는 60대 노인을 안아준 이유가

입력 2015-09-18 15:48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부둣가에서 자살하려는 할아버지를 안아준 여경 사진이 어제 하루 종일 온라인에서 화제였다.

사진 속 여경인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차민설(26) 순경이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과 심경을 전했다.

경찰로 발령받은 지 한달밖에 안된 새내기 차 순경은 “8일 야간근무를 하고 퇴근할 무렵 마지막 신고를 받은 건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야근으로 심신이 피곤한 상태였으나 “아버님이 자살을 하려고 하신다”는 아들의 다급한 신고를 외면할 수 없어 위치 추적을 통해 자갈치역으로 출동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했다면 바닷가 쪽일 거라 생각하며 바닷가 쪽으로 뛰어갔다.

부둣가를 헤매던 그는 자동차에 가려 얼핏 보이는 60대 노인을 발견했다.

노란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아들의 신고 내용과 달리 노인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차 순경은 “아닌가 싶었는데 신발도 벗고 부둣가 끝에 반쯤 걸터앉아 계시는 모습이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며 “티셔츠는 다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살금살금 뒤에서 다가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노인이 놀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조심조심 다가가 살며시 안았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 성함을 물어보니 흐느끼면서 아버지가 맞다고 확인해줬다고 했다.

차 순경은 "체구가 작은 뒷모습을 보니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났다"며 “너무 위험해 빨리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꽉 끌어안았다”고 밝혔다.

차 순경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묻자 노인은 두 아들 중 하나가 자살한 지 딱 3개월 된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차 순경은 “이렇게 아드님 옆에 가면 아드님이 참 많이 좋아하시겠다”며 다그치기도 하고 위로도 하며 “너무 힘들면 딸내미 같이 생각하고 놀러오시라”고 했다.

한편 화제의 사진은 누가 찍었느냐는 질문에 선배가 찍어주셨다고 밝혔다.

차 순경은 “막 발령 받은 제가 기특해 보이셨나 보다”며 “제가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찍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차 순경은 “아빠 요즘 하우스 일한다고 힘든 거 아는데. 그래서 통화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추석 때 맛있는 거 사들고 갈게”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