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특사, 美에 링지화 동생 송환 요구”

입력 2015-09-18 16:05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공안 총수가 미 정부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 등 일부 비리 혐의자의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8일 소식통을 인용, 멍젠주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 정부 관리들과의 회의에서 링 전 부장의 동생 링완청과 부동산 개발업자 궈원구이의 송환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멍 서기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보안과 사법, 정보기술(IT) 관리로 구성된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해 제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정부 대표단과 만났다고 신문이 전했다.

중국은 해외로 도주한 비리 혐의자 추적을 강화하고 있지만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국가가 많지 않아 송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링완청은 지난해 자신의 형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미국으로 달아났다. 지난 7월 공직·당적을 모두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받은 링 전 부장은 보밀기율(비밀준수)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중국은 시 주석을 포함한 지도부 관련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정보의 보물상자’ 링완청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면 심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 달 17일 보도했다.

투자자문사 베이징정촨홀딩스의 지배주주인 궈원구이는 링 전 부장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 마젠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 등과 결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치료차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회의에서 중국이 범죄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협조하기 어려운 사안의 특성을 감안해 이들의 송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멍 서기는 회의에서 미국이 우려를 표명한 사이버범죄 해결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멍 서기의 방문 기간 사이버범죄 대응과 관련해 양국 간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사이버 범죄 문제를 놓고 멍 서기와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유보했다.

제다레이 베이징대 교수는 공감대 일부가 미국이 시 주석의 방미 일정이 끝나기 전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동의한 것일 수 있다며 “그러나 방미 이후 조치가 취해질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