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신임 지도자 만수르 체제 공고화 "분열 끝났다" 선언

입력 2015-09-17 20:52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새 지도자인 물라 아크타르 무하마드 만수르 체제가 출범한 이후 발생했던 내부 분열 문제가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신체제 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과 아프간군을 상대로 한 공세를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내분이 발생하기 전 추진한 아프간 정부와 평화회담을 재개할 것인지 탈레반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아프간 탈레반은 전날 “이슬람에미리트(탈레반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 설립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가문이 새 지도자 만수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며 새 지도자 선임과 관련한 논쟁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가 2년 전에 이미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직의 2인자인 만수르가 새 지도자로 선출됐지만, 오마르의 아들 야쿠브 등 오마르 가문은 만수르의 옹립에 반대하며 지도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마르의 동생으로 가문의 핵심지도자인 물라 압둘 마난은 이달 초 “우리 가문은 누구에게도 충성을 맹세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울레마(이슬람 성직자 협의회)가 조직 내 이견을 해소하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난은 16일 AP통신에 그와 야쿠브를 비롯해 만수르를 지지하지 않았던 여러 고위 지휘관이 만수르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수르 측은 오마르 가문의 지지를 얻기 위해 탈레반 최고위원회(슈라)를 새로 구성하고 위원장에 야쿠브 등 오마르 가문 인사를 선임하기로 하는 등 8가지 요구사항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싱크탱크 FATA연구소의 사이풀라 마수드 소장은 “아프간 탈레반이 내분을 봉합하는데 파키스탄 측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도 파키스탄의 지원으로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내전 발발 14년 만에 처음으로 7월7일 파키스탄 휴양도시 무리에서 평화협상을 시작했지만 이후 오마르 전 최고지도자 사망 사실이 드러나면서 협상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아프간 탈레반이 자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슬람국가(IS)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군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프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탈레반과 내전으로 민간인 1592명이 사망하고 3329명이 다쳐 역대 가장 많은 민간인 피해를 기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