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트렁크 살인’ 김일곤 검거 상황… 칼 꺼내 경찰관 위협

입력 2015-09-17 18:33

‘트렁크 살인사건’ 용의자 김일곤은 17일 오전 11시쯤 자신을 추적해오는 순찰차를 피해 서울 성동구 성수2가 A빌딩 앞에 주차된 푸른색 쉐보레 승용차 뒤편으로 숨었다. 앞서 도망쳐 나온 동물병원에서 직선거리로 1㎞쯤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안락사 약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다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도망쳤다. 경찰은 성동교에서 화양사거리 쪽으로 빠르게 걷는 그를 뒤쫓았다.

차 뒤에 숨은 김일곤은 금세 발견됐다.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관이 그를 찾아 인도로 데리고 나왔다.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김일곤은 “왜 그러느냐”며 시치미를 뗐다. 경찰은 자꾸 도주하려는 그의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확인했다. 경찰이 “김일곤이다”라고 말하자 김일곤은 허리춤에서 칼을 빼들었다. 전체 길이 28㎝인 독일제 주방용 칼이었다. 칼날을 케이스에 넣어 허리띠 안쪽에 꽂고 있었다. 그는 동물병원에서도 칼을 휘둘렀다.

2분가량 대치와 격투가 벌어졌다. 서로 밀치고 넘어졌다. 김일곤이 휘두른 칼에 한 경찰관은 오른쪽 중지를 1㎝쯤 베였다. 경찰은 김일곤을 제압해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드러누운 김일곤의 배 위로 한 명이 올라탔다. 이들은 칼을 뺏는 과정에서 “살인범 김일곤이다.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A빌딩 경비원(66)이 달려가 김일곤의 두 발을 양손으로 붙들었다. 50대로 보이는 남자 행인도 가세해 무릎 부분을 잡았다. 경찰은 김일곤에게서 칼을 빼앗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게 한 다음 수갑을 채웠다. 김일곤은 이때부터 입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무전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김일곤의 허리춤에서는 칼 하나가 더 발견됐다. 경찰에게 휘두른 것과 같은 칼이다. 쌍둥이 모양이 그려진 이 칼은 쌍둥이 칼로 불린다. 주머니에서는 동전 여러 개와 안경, 립글로스, 커터칼 등이 나왔다. 경찰은 김일곤을 성수지구대로 옮겨 간단히 조사한 뒤 오후 12시 반쯤 성동경찰서로 압송했다. 김일곤은 경찰서로 들어서면서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나는 앞으로 더 살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글·사진=신훈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