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보다 더한 것(more than sanctions)이 필요하다” 존 케리 美국무,대북 고강도 제재 시사

입력 2015-09-17 18:16

북한이 장거리 로켓과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제재를 염두에 둔 듯한 언급을 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6일 마이테 은코아나 마샤바네 남아프리카공화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란이 중요한 결정을 하도록 도운 것은 광범위하게 적용된 제재였다"면서 북한에 대해 "'합법적인(legitimate)' 경제가 전적으로 부재하기 때문에 '제재보다 더한 것(more than sanctions)'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다만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과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책(resolution)을 찾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리 장관의 언급은 일단 기존보다 강화된 새로운 제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케리 장관이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안'을 거론하고, 현실적 가능성 등에 비춰볼 때 일단 군사적 옵션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거론한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이란에 대해 적용했던 방식이다.

핵 활동과 관련없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함으로써 제재 효과를 높였고, 이것이 이란 핵협상 타결에 주요했다는 분석이 많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해 이미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핵·미사일 개발이나 무기거래, 북한 정권의 사치품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강도 압박카드로 북한의 모든 경제활동을 압박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염두에 둘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거래에 대해서도 이란과 마찬가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면 적지 않은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다.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으로 중국 기업들이 주요 타켓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핵문제 갈등으로 북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체제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제재강화에 동의를 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급소 가운데 하나인 인권문제와 관련한 압박강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엔은 지난해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부치는 내용의 결의안을 총회에서 채택했으며, 안보리에서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정권의 핵심인사들을 실제 ICC에 회부하면 이들의 발이 완전히 묶이면서 북한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케리 장관의 언급으로 이달 25일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말 유엔총회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다음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의 대북압박 수단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의 언급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7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지 않는냐는 큰 틀 차원에서의 언급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은 없으며, 논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추가로 의미를 부여하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