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시장 투명해졌지만 경쟁 사라졌다

입력 2015-09-17 17:47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다음 달 1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이동통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경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5대 3대 2 구도는 변함없다. 이통3사는 기기변경을 중심으로 자기 고객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는 왜곡됐던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조사와 중소유통점, 소비자들은 단통법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됐다고 비판적이다. 1년이 지났음에도 평행선을 달리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단통법 1주년의 성과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용자 차별이 해소됐고, 시장의 신뢰가 회복됐다는 게 골자다. 보조금이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되면서 새벽에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광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불법 보조금으로 고가 요금제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묶는 행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각자에 맞는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로 꼽는다. 미래부와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1인당 평균 가입요금은 4만5155원이었는데, 올해 8월에는 3만9932원으로 11.6% 감소했다. 스마트폰도 40만원 미만 제품의 판매 비중이 28.1%로 지난해 1~9월 평균 18%보다 10% 포인트 이상 늘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통사는 ‘지원금 대란’에 대비하기 위한 마케팅비를 확보하는 대신 요금·서비스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선 현재 단통법 체제에서 예전처럼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이통3사의 서비스와 요금 수준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이 유일한 경쟁력인데 통신사를 옮길 때(번호이동)나 남아서 기기를 바꿀 때(기기변경)나 같은 금액이다 보니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단통법 이전에 기기변경 비중은 26.2%였지만 올해 8월은 54.9%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이통3사의 점유율은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5대 3대 2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통3사의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도 단통법 시행 전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같은 가격이기 때문에 유통망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일선 판매점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이통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시장 질서를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단통법에 냉소적이다. 단통법 이후 어려움을 겪은 LG전자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보조금 상한선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경쟁을 활성화 할지에 대한 숙제를 안은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