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은총재가 부총리와 해외출장 갖다오면 금리 내리나”…독립성 비판

입력 2015-09-17 16:5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곽경근 선임기자

“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해외출장만 갖다 오면 금리가 떨어지나.”

한은이 독립성을 잊고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완화정책에 끌려다닌 것 아니냐는 지적이 17일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또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4년간 10% 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못본 채 가계부채만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점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총재가 최 부총리와 함께 해외출장만 갔다오면 금리가 떨어졌다”며 “‘척하면 척’이 아니라 ‘척하지 않아도 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9월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이 총재와의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금리의 금’ 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라고 밝혔고, 이후 한 달 뒤 한은은 기준금리를 2.25%에서 2.0%로 0.25% 포인트 인하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 총재 부임 이후 거듭된 금리인하로 가계부채가 100조원 가량 늘었다”며 “금리가 인하됐지만 경제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고 실물경제 파급효과는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금리정책 여력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하한선에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기획재정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37.6%로 집계돼 2010년말(127.7%)에 비해 9.9%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부채 증가율은 6.5%로 가계소득 증가율(3.7%)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17년까지 현 수준보다 5% 포인트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와 가계부채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