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증시상장과 관련,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 보고를 올리고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내년 2분기까지 호텔롯데는 상장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올해) 연말까지는 순환출자 80%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 총괄회장이 ‘회사를 남에게 팔려고 하느냐’고 했다는데 (신 총괄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에) 반대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의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다만 호텔롯데의 상장을 “이 자리에서 결정할 순 없지만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정을 거쳐 실제 (상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국감장에 증인으로 선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지적하는 의원들 질의가 쏟아졌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처했다. 경영권 다툼으로 국민 실망을 산 데 대해선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있습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이번 가족 간 일로 우리 국민한테, 의원들께도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그는 “왕자의 난이 끝났느냐”는 새정치연합 김 의원 질의에 “네, 끝났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롯데는 한국 기업이냐” “앞으로 신 회장은 한국 국적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 맞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협력업체 등에 높은 수수료를 물리거나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자, 신 회장은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성장해온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개선해서 좋은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 경영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명심하겠습니다”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어눌한 일본 식 말투로 국적 논란까지 불거졌던 신 회장은 간간이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했스므니다” 등의 발음을 감추진 못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지금도 열심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자신에게 “너, 나가”라고 말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미소를 띠며 “아버지가 아들한테 ‘너, 나가’라고 하는 건 아주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롯데 신동빈 회장, 국감장에서 무슨 말 했나?
입력 2015-09-17 16:51 수정 2015-09-17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