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2차 TV토론서 칼리 피오리나 돋보여

입력 2015-09-17 16:48
유튜브 캡처

미국 공화당의 2차 TV 대선토론에서 가장 돋보인 사람은 칼리 피오리나였다. 지지율 선두 도널드 트럼프를 단 한 마디로 쩔쩔매게 만들고, 마약중독으로 희생된 자신의 딸 이야기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레이건기념관에서 주최한 2차 TV토론은 1차 TV토론(8월 6일, 폭스뉴스)과 달리 후보들끼리 1대1 대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11명 후보가 서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불법이민과 ‘이슬람국가’(IS) 격퇴, 이란핵합의, 동성애결혼과 낙태 등이 주 이슈였으며 트럼프의 막말과 기행은 많이 줄었다.

◇트럼프 VS 피오리나=토론 진행자인 CNN의 정치전문기자 제이크 테이퍼가 피오리나의 외모를 비하한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자 긴장감이 돌았다. 피오리나는 굳은 표정이었고 트럼프는 난감해했다. 피오리나는 “이 나라 모든 여성이 트럼프가 한 말을 똑똑히 들었다”고 쏘아부쳤다. 이에 트럼프는 “(피오리나는)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얼버무렸다. 항상 기고만장하거나 안하무인격 공격을 일삼던 트럼프답지 않게 꼬리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피오리나의 ‘외모 반격’은 TV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구글에서 실시간 검색이 가장 많은 발언이었다. 앞서 트럼프는 피오리나가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인기를 끌자 잡지 롤링스톤스와의 인터뷰 도중 ‘저 얼굴 봐라, 누가 저 얼굴 보고 표를 주겠나’라고 말했었다. 이에 피오리나는 ‘내가 61살까지 살아온 한 해 한 해와 얼굴의 모든 주름이 자랑스럽다’고 받아쳐 TV토론 전부터 두 사람의 충돌이 예상됐었다.

◇피오리나의 선전=1차 TV토론 당시만 해도 군소후보 취급을 받았던 피오리나는 2차 토론에서는 당당히 메인 토론에 참가해 맹활약을 펼쳤다. 피오리나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진행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여러 차례 발언을 하다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로부터 “끼어들지 말라”는 면박을 받기는 했지만 주요 논쟁마다 거침없는 언변을 토해냈다. 기업가나 의사 등 비정치인 출신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물 속에서 헤엄치는 고기가 물에 대해 모르듯이, 고장난 (정치) 시스템에서 평생 지낸 정치인들은 정치의 문제점을 모른다”고 일갈했다.

피오리나는 특히 마약중독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딸의 죽음을 언급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피오리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라며 “남편과 나는 딸을 마약중독으로 잃었다. 우리는 마약중독과 치료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발언 직후 인터넷에는 피오리나의 가족스토리와 딸 이야기를 찾는 검색이 치솟았다. 피오리나의 남편이 전처와 낳은 로리 앤 피오리나는 마약중독의 후유증으로 2009년 당시 35세의 나이로 숨졌다.

◇부시의 아내 사랑=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자신의 아내를 두둔한 발언도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부시 전 주지사가 불법이민에 관대한 것은 멕시코 출신 아내를 둔 탓’이라는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에 대한 소감을 진행자가 물었다. 그러자 부시 전 주지사가 “내 아내는 미국의 가치를 선택하고 미국 시민이 된 사람”이라며 발끈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의 아내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트럼프는 거부했다. 순간 구글에는 ‘부시의 아내’를 찾는 검색이 솟구쳤다.

◇트럼프, “북핵 주목해야”=트럼프는 이란핵합의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란에 대해 말하지만 아무도 미치광이가 앉아서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핵을 갖고 있는 북한은 거의 2주마다 ‘핵 무기를 쏠 준비가 돼있다’고 위협하는데 아무도 이에 대해 대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TV토론은 트럼프와 피오리나, 부시 외에 신경외과 출신 벤 카슨과 마크 루비오, 테드 크루즈, 랜드 폴(이상 상원의원),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존 카시크 오하이오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 11명이 참여해 3시간동안 진행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