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까운 사무스 섬 인근에서 배가 전복돼 30명이 죽었습니다. 며칠 전엔 여기 해상에서 어린 아이가 실종됐어요. 터키 해변엔 5만여명의 난민이 이쪽으로 건너오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돈만 받아 챙기는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요. 브로커들이 배를 가라앉히는 비극도 되풀이되고 있어요. 배가 가라앉으면 그리스 해양경찰이 살려낸다는 걸 알고 그러는 거죠.”
가난한 난민의 상륙지 시깜냐스에서 15일(현지시간) 만난 리너(40)는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밝혔다. 간호사인 그는 3주 전 덴마크 남쪽도시 모딩포어에서 이곳으로 왔다. 그는 해변에 상륙한 난민을 대상으로 기저귀, 물, 바나나, 주스 등을 나누어 준다. 간호사 동료인 안빈트(55)와 마아네(45)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수도 코펜하겐에서 왔다.
“아이를 안고 75㎞ 시골길을 걷는 건 끔찍한 일이죠. 보다 못해 저희가 덴마크 간호사 동료들에게 기부를 받아 하루 서너 차례 버스를 운행하고 있어요. 터무니없이 좌석이 모자라지만 어린이와 노인 여성 중심으로 태우고 있습니다.”
리너는 “곧 찬바람이 불면 난민 해상 사고가 급증할 것”이라며 “이 사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덴마크가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들과 난민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외국인 수용에 관한 법령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도 동유럽 선교사 등이 구호에 나섰다고 전하자 “역시 코리아”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녀는 “다음 주 병원으로 일단 복귀한 뒤 휴가를 다시 내서 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레스보스(그리스)=글·사진 전정희 특파원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유럽 난민 르포/ 박스] 가난한 난민 돕는 덴마크 간호사 리너
입력 2015-09-17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