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자리는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유력하다. 16일 현재 6위 KIA 타이거즈에 1경기 앞서 있고, 7위 SK 와이번즈와 2경기, 8위 한화 이글스와는 2.5경기 차이가 난다. 롯데는 지난달 만 해도 줄곧 8위 자리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듯 했다. 하지만 오른손 언더핸드 정대현(37)과 심수창(34)의 가세로 대반전을 이루고 있다.
롯데의 터닝 포인트는 정확하게 정대현의 부활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롯데는 8월을 8위(54승 64패)로 마감했다. 정대현은 8월 평균자책점 5.87로 부진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기력을 회복하면서 9경기에서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0.96으로 뒷문을 완벽히 봉쇄했다. 정대현이 살아나면서 불펜을 재구축한 롯데는 이달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10승 3패 1무의 상승세를 타며 어느덧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겨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올해 후반기에 합류한 정대현은 지난달만 해도 볼의 휘어지는 각도가 밋밋해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활처럼 휘어지고 있다. 물론 전성기 때의 구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대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국가대표 마무리를 맡을 정도로 철벽이었을 때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불같은 방망이를 보유하고도 뒷문 단속이 되지 않아 경기를 내주기 일쑤였지만 이달 들어 정대현이 불펜의 구심점이 되면서 3년 만의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정대현은 “팀의 마무리로서 팀이 5강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마운드에 설 때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좋은 볼을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심수창은 투구 폼을 스리쿼터로 변경한 후 시즌 초 반짝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구위가 떨어져 더 이상의 성장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2군에서 체력을 보충하고 돌아온 심수창은 올 시즌 초반을 연상시키는 위력적인 구위로 정대현을 도와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고 있다. 그 진가는 1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왔다. 7-7로 맞선 연장 10회말 등판해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11회말 1사 후 오재일의 내야 높이 뜬 타구를 유격수 오승택이 놓치는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진 2사 2루에서 민병헌을 유격수 앞 땅볼로 돌려세우고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12회초 2점을 뽑아내고 승기를 잡았다. 심수창은 12회말 김현수, 양의지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고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승리를 지켰다. 심수창은 3이닝 동안 안타를 단 1개도 내주지 않고 삼진 3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내고 5위 싸움에서 확실한 팀의 구원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심수창은 “중요한 순간에 빠져 있어서 미안했는데 다시 중요한 1승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어떤 자리에서든 팀이 승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롯데 5위 싸움 구원하는 정대현과 심수창
입력 2015-09-17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