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위상 흔들리는 K리그…재도약 과제는?

입력 2015-09-17 17:45
“믿었던 전북마저….” 한국 축구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은 16일 일본 오사카 70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K리그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냈으나, 올해는 8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는 각각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감바 오사카를 4강에 진출시켰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K리그의 위상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K리그는 그간 ACL을 주름잡았다. 2006년 전북,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해도 출발은 좋았다. 4개 팀(전북·수원·서울·성남) 모두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전북을 제외한 모든 팀이 8강에 오르지 못했으며, 전북마저 8강에서 탈락했다.

올해 K리그가 ACL에서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선수 유출’이다. 전북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클럽이다. 하지만 전북조차 주축 선수들을 지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은 전반기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던 간판 공격수 에두를 중국 2부 리그 허베이로 이적시켜야 했다. ‘셀링(selling) 리그’로 전락한 K리그의 현실을 보여 준 사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전날 경기 후반 48분에 요네쿠라 고키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은 후 에두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전북은 에두가 있었다면 이동국과 투 톱을 이뤄 보다 강력한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일본 클럽들은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K리그의 스타급 선수들을 데려가고 있다. 특히 슈퍼리그는 K리그에서 데얀, 에스쿠데로 등 특급 외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김주영, 김영권, 하대성 등 국가 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유럽 리그에서도 스타 선수들과 감독들을 쇼핑했다. 그 결과 2013년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우승으로 ACL을 제패했다. 일본의 경우 중국처럼 거액을 투자하진 못하지만 안정된 재정을 바탕으로 K리그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쩐의 전쟁’에서 슈퍼리그와 J리그를 이길 수 없는 K리그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수급 루트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선수 발굴과 이적을 통한 수익 창출, 그리고 그 수익으로 전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K리그는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