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 자위권 법안 반대 시위의 중심에 대학생 중심 단체 ‘실즈(SEALDs)’가 서있다.
실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영문 약자다.
실즈의 모체는 기밀 누설 공무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 알권리 침해 논란을 빚은 특정비밀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3년 12월 6일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국제기독교대 등의 학생들이 만든 ‘SASPL(특정비밀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들·Students Against Secret Protection Law)’이다.
이들은 특정비밀보호법이 발효된 지난해 12월 10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뒤 해산했다가 지난 5월 실즈로 재탄생했다.
헌법기념일인 5월 3일 출범한 실즈는 6월 초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했다.
실즈의 회원은 전국에 걸쳐 300명 정도다. 하지만 SNS를 통한 빠른 전파력 때문에 수만 명이 집회에 참가하도록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넷 우익’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될 정도로 일본에서 극우세력들의 선전매체로 쓰이던 인터넷 공간이 정치적 신념이 반대쪽에 있는 실즈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실즈의 중심인물은 메이지가쿠인대 4학년인 오쿠다 아키(23·奧田愛基)씨다.
‘겐포 마모레, 이마스구 하이안’(헌법을 지켜라, 지금 당장 안보 법안을 폐기하라)는 구호를 절규하듯 외치는 장면과 함께 거의 매일 TV 화면에 등장하는 그는 록스타급 인물의 반열에 올랐다.
쿨 해 보이는 용모에 논리적인 언변을 갖춘데다 국회 공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이 졸고 있다고 일갈하는 ‘당돌함’이 숨죽이고 있던 리버럴 청년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실즈는 홈페이지에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정치를 요구한다’ ‘우리는 입헌주의를 존중하는 정치를 요구한다’는 문구를 활동 기조로 소개했다.
나아가 ‘우리는 지속 가능한 건전한 성장과 공정한 분배로 사람들의 생활 보장을 실현하는 정치를 요구한다’ ‘우리는 대화와 협력에 기초한 평화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요구한다’는 등 경제·사회·안보 관련 요구까지 내걸었다.
기성 정당의 ‘강령’을 연상케 하는 이들 내용은 실즈의 운동이 안보법제 저지 투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아베 총리가 5년 이상의 장기 집권과 개헌 목표를 위한 승부처로 생각하는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실즈가 무시못할 ‘반 아베’ 세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1960∼1970년대 전공투(全共鬪·전학공투회의) 이후 일본 역사의 무대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학생운동의 소생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기성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 사회에서 현안과 관련해 길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문화의 싹을 보았다는 것이다.
반면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일본 우익들의 이지메(괴롭힘)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에는 ‘오쿠다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과 함께 실즈를 위협하거나 인신공격하는 내용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무토 다카야(36·武藤貴也) 중의원 의원은 지난 7월 30일 트위터에 “실즈의 주장은 ‘전쟁에 가고 싶지 않다’는 자기중심,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日집단자위권 반대 시위 중심에 선 ‘실즈’는?
입력 2015-09-17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