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17일 전날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이 비주류의 퇴장 속에 중앙위를 통과한 것을 '동원가능한 조직화된 세력에 의한 힘 과시'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대선 직후인 2013년 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단 한 명예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 사회자로 참석, 인사말을 통해 "당의 지도층과 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 사이에 마음의 괴리가 오늘처럼 심각하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며 사실상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했다.
한 명예교수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국정자문단 멤버였다.
그는 "(당이) 어떻게 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보는 세력들, 당의 행태에 실망하면서 떠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의 수많은 눈을 깊게 헤아리지 않는다면 당이 보여준 세과시는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직화된 세력이 (당을) 옹호하고 환호하며 앞으로 나갈 것 같지만, 국민과 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중에 '도저히 안되겠다, 떠나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당과 지지자, 당권파와 유권자 사이에 괴리가 벌어진다는 것은 당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위기 사태"라고도 했다.
이어 "지난 60년사를 앞세우면서 마치 오늘날의 당이 민중을 대변하고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또하나의 오판과 과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명예교수는 또한 "민주당 60년은 근래의 짤막한 기간을 빼고는 끊임없이 중도개혁 노선을 견지해왔으며, 신익희 조병희 선생이 당을 만들었을 때 자유로운 토론과 합의의 문화가 함께 패자가 승복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유로운 토론은 사라지고 조직화된 세력만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이런 게 힘인 것 같지만 힘이 아니다"며 "유권자가 떠나는 정당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자기반성'을 주문했다.
발언이 이어지면서 참석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지는 등 장내 분위기는 일순 무거워졌다. 문 대표는 한 명예교수의 인사말 직전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혁신안 처리 및 문 대표의 재신임을 둘러싼 당의 내분 사태 속에서 지도부는 단결과 통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혁신과 단결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지만, 우리가 걸어온 지난 60년의 저력을 믿는다"며 "그 축적된 경험과 경륜, 집단지성, 지혜가 우리를 다시 뭉치도록 하고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결과 혁신으로 승리하고 새로운 가치와 비전으로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경제정당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연이은 정권재창출 실패로 우리 당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숙명적 과제와도 같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저부터 나서겠다"며 "해묵은 갈등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민생정당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당 60주년 추진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분열할 때 패배했고 통합과 화합을 할 때 승리했던 60년의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희망과 미래는 없다"며 "작은 차이와 분열, 분란은 60년 역사의 강물 속에 떠내려 보내자"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혁신안 통과, 조직화된 세력 힘과시” 한상진 “일장춘몽될 것”
입력 2015-09-17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