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진 목사 칼럼] '바자회의 성공과 실패'

입력 2015-09-17 11:38

지난 토요일은 하루 종일 바빴다. 주일 준비를 위해 원래부터 바쁜 날인데 2년 만에 우리 교회에서 바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틈틈이 현장에 가서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왔고, 오후에 다른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와 함께 결혼 전 상담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허겁지겁 돌아왔다.

내 사무실 문을 열려고 보니 내 사무실 앞 다용도실에서 3명의 성도들이 분주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시간이지만 바자회 결산을 하느라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얼마 뒤에 이 성도들이 나를 찾아와서 오늘 바자회의 결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아직 미처 계산되지 않은 것들이 있지만 대략 이번에 500만원 정도 모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1명의 성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년 전에 했던 바자회보다 물건이 접수된 것이 좀 적었던 것 같아 내심 걱정했었는데 2년 전의 실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책임을 맡아서 바자회를 진행했는데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무척 고심했던 것 같다. 주일날 교우들에게 바자회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가 놀라워했고 뿌듯해 했다.

바자회 날짜를 정해놓았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날 전국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서 내심 걱정했었다. 좋은 날씨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지만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해서 국밥을 파는 것은 5층 식당으로 옮기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바자회는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모금 액수도 꽤 많았다. 그럼 이 바자회는 성공한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성공을 가시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적인 기준에 의해서 판단해야 한다. 사탄이 자꾸만 외형적인 것으로 판단하라고 우리를 부추길지라도 말이다. 만일 우리가 이 모든 일들을 하는 과정에서 교만한 마음이 들었다면 성공 같아 보여도 이것은 실패한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 귀한 사역을 하면서 나의 의를 드러내고 나의 공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의 동기가 지배했었다면 이것은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 사역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준비했고, 선교에 동참하는 선한 기쁨이 내 마음을 지배했다면 적은 액수가 모였다고 해도 그것은 성공이다.

모두가 함께 기도하며 동참하고 있는데도 만일 나는 그러한 기도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고 이를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탤 마음도 없이 그저 방관자의 위치에 있었다면 아무리 성공적인 바자회였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실패한 바자회일 수밖에 없다.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두 실패자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시간을 내려고 해도 낼 수 없어서 참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를 위해 기도로 동참이라도 했다면 그리고 바자회가 잘 되는 모습에 함께 기뻐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은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성공일 것이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