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바마, 폭탄 제조 오인당한 미 무슬림학생 백악관 초청

입력 2015-09-17 08:59
국민일보DB

창의력을 발휘해 훌륭한 시계를 만들었지만, 마치 폭탄을 제조한 테러 용의자 취급을 받은 미국 무슬림 고교생 아흐메드 모하메드(14)에게 뜨거운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그 멋진 시계를 직접 구경하고 싶다면서 모하메드를 백악관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트위터에서 밝혔다. 역시 ‘소통대통령’이자 국민의 일상사에 관심이 많은 오바마 대통령다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페이스북 본사에서 모하메드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글을 썼다.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가장 먼저 그를 응원하는 글을 쓰고 큰 관심을 나타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추정만으로 학생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증)가 다시금 부상할 기미를 보이자 미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조리 현상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경찰은 모하메드에게 가짜 폭탄 제조 혐의로 기소하려던 계획을 바꿔 16일 오후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지역 신문인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위성 도시 어빙의 매카서 고등학교 9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인 수단 이민자 출신 가정의 모하메드는 14일 취미로 집에서 만든 시계를 학교에 가져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시계를 폭탄으로 인지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한 바람에 수갑을 차고 청소년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난 것이다. 학교는 그에게 사흘간 정학 처분도 내렸다.

수업 시간에 알람이 울린 모하메드의 시계를 본 영어 교사는 느닷없이 “폭탄 같은데”라고 물었고, 모하메드는 “폭탄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어 교사가 이를 학교 교장에게 보고하고, 교장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출동한 경찰은 수업을 받던 모하메드를 교실 바깥으로 끌어내 조사했다. 교장은 모하메드에게 자세한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