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총회 ‘오병이어 성찬식’ 통해 고난받는 이웃 사랑 다짐

입력 2015-09-16 21:41 수정 2015-09-16 21:48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16일 진행된 '오병이어 성찬식'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이금희가 눈물을 흘리며 떡과 포도주를 목회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나래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16일 제100회 총회 셋째 날 강원도 원주 영강교회에서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오병이어 성찬식을 거행했다. 참석자들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는 주제에 맞춰 성찬식을 하고 예수의 사랑과 섬김을 기억하며 오병이어의 기적이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기를 소망했다.

한반도 곳곳에 널려 있는 고통의 현장에 있는 이들과 그들을 묵묵히 돕는 목회자들이 각각 준비한 떡과 포도주를 들고 단상으로 올랐다. 세월호 실종자인 단원고 조은화양의 부모 조남성, 이금희씨는 “세월호에 탔던 우리 아이들과 나누려고 남겼던 것인데 이렇게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 새만금 송전철탑,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해군기지건설 현장, 네팔 지진 피해 긴급 구호활동, 4대강 사업 내성천 살리기 현장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저마다 떡과 포도주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성찬식을 마친 뒤 삶의 터전에서 치열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의 아픔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금희 집사는 “(세월호 침몰이) 오늘로 519일째가 됐다”며 “어린아이들이 찬양하고 율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은화도 주일학교에 가서 찬송하고 암송하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수습자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인양이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찾는 것”이라며 “그래야 미수습자 부모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양되지 않으면 고통이 끝나지 않는 삶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인양한다고 했는데 왜 그러냐고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임홍연(이곡교회) 목사가 새만금 송전철탑을 반대하며 송전선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군산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임 목사는 “좋은 대안이 있는데도 왜 군산시는 세금 내는 지역 주민들을 그리 못살게 구는지, 지금도 한뎃잠을 자고 매를 맞아 가며 아파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함께 눈물을 흘려 달라”고 말했다.

김경호(들꽃향린교회) 목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들과의 만남을 전하며 “한반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장을 담은 ‘고공여지도’라는 게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들이 불과 몇 분이면 전해지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 가는 원시적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며 고난의 현장에 좀 더 귀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성찬식을 주재한 서재일(원주 영강교회) 목사는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울부짖는 고난의 현장의 아픔을 함께 했다”며 “새로운 신앙과 신학의 혁명을 시작할 수 있기를, 영원한 변화의 새로운 현장을 향하여 힘차게 달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이 아픔이 주님의 고통을 대신하는 아픔임을 우리가 믿는다”며 “우리가 모두 함께 손잡고 흡족한 기쁨으로 영광의 예배를 드릴 때까지 이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고 함께 나누어 가게 해달라”는 결단의 기도로 성찬식을 마무리했다. 기장은 이날 모은 헌금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