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학생들이 ‘고려대 명물’로 불리다 최근 폐업한 학교 앞 음식점 '영철버거'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영철버거 재개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소액 투자) '비긴 어게인(Begin Again) 영철버거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고 16일 전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모아 올해 안에 영철버거가 재개업을 하게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당초 800만원을 목표로 15일 오후 2시30분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으며 시작 24시간 만에 목표액의 갑절인 1천600만원을 달성해 목표액을 2천만원으로 상향했다. 16일 오후 4시30분 현재는 상향된 목표액도 달성했다.
이들은 영철버거 살리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 “영철버거를 먹는 것이 우리가 ‘고대생’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만들었다”면서 “그만큼 영철 아저씨와 고대생, 고려대학교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해왔다”고 영철버거 살리기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특히 영철버거를 운영한 이영철(47)씨가 매년 2천만원의 장학금을 고려대에 기부했던 사실과 연세대와의 정기전 때마다 무료 음식을 나눠줬던 일, 학교가 새내기들을 위해 주문한 영철버거 1만개를 교우들이 자원봉사로 함께 밤새워 만들었던 일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1천원의 싼 가격에 판매했던 영철버거가 6천∼7천원대 고급 수제버거로 변신을 시도하자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던 데 대해 “초심을 잃었던 것이 아니라 영철버거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으로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경대 학생회는 이어 “오랫동안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게들이 재개발·경기불황·대기업 프랜차이즈 진출 등 자본 논리로 밀려 사라지고 있다”면서 “영철버거의 폐업은 단순히 한 자영업자의 폐업이 아니라 학생과 상인 간 유대관계를 자랑했던 안암 상권의 위기”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영철버거는 이영철씨 고려대 앞 노점상으로 시작해 정식 매장을 낼 정도로 성장했던 음식점으로 ‘고려대 명물’로 꼽혔으나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최근 폐업했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
고려대 학생들 ‘영철버거 살리기’ 나섰다
입력 2015-09-16 20:06 수정 2015-09-17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