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직전에도 韓은 최고등급…국제신용평가 신용할 수 있나

입력 2015-09-16 19:50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1997년 11월 3대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는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각각 A3(안정적), A-(부정적), A+를 줬다. 역대 최대 평가였다. 그리고 곧바로 외환위기가 왔다. 한달 뒤 이들 기관이 내린 신용평가 등급은 Baa3, BBB-(부정적), BBB-(부정적)였다.

지난 15일 기획재정부는 3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 역사상 처음으로 역대 최고 등급인 AA-를 부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시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장 자격으로 참석 중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전날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규모 등 데이터를 근거로 ‘최노믹스’가 실패했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었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보도자료엔 한국이 우호적인 정책 환경과 견조한 재정 상황, 우수한 대외 건전성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S&P의 설명이 포함돼 있었다.

최 부총리는 국감 현장에서 “의미 있는 등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외환위기 직전 한국에 역대 최고 등급을 줬고 카드사태가 나기 직전에도 카드사들에 최고 등급을 줬다”며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국내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 초 S&P 모회사인 맥그로우힐 파이낸셜은 미국 법무부 및 19개 연방 주정부에 각각 6억8750만 달러(약 7557억원)씩 벌금을 납부하라는 징계를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신용등급 평가자격 정지 조치를 내렸다. 2008년 당시 세계적 금융위기에 S&P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S&P는 미국 은행들이 발행한 모기지담보증권(MBS)에 실제 이상으로 부풀린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증권을 사들였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이 폭락했고 연쇄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신용등급은 수치와 통계 등을 활용해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참고할 가치는 있지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