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핵폭탄 뇌관 남아있다” 추석 전 문재인 재신임 투표 빅뱅속으로

입력 2015-09-16 18:26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중앙위원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천혁신안을 의결했지만, 비주류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만만치않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중앙위의 혁신안 통과와 별개로 추석전까지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하면서 재신임 투표 연기·철회를 요구하는 비주류와 더 격렬한 2라운드 대치가 예상된다.

이날 중앙위에서 공천혁신안이 박수로 의결된 것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 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줘 감사드린다.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며 "당 내부를 망라하는 통합으로 다음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혁신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며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혁신안은) 당원과 국민에게 다가갈 좋은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집단퇴장으로 혁신안 표결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힌 비주류 의원들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결을 강행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의결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온 최원식 의원은 "반대의견을 무조건 반혁신으로 몰아 토론을 봉쇄했다. 구태정치이자 패권의 민낯"이라며 "혁신이 유신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문병호 의원 역시 무기명 투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강력 대응 태세를 취했다.

비주류 수장들이나 중진급 인사들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일찌감치 "중앙위 성격이 사실상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며 불참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의결 전에 자리를 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당의 슬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먹먹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기틀을 잡은 정당 민주주의가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고성 속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분은 3김시대 이후 종말을 고한 제왕적 총재시대가 부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말도 했다"며 "문 대표가 중앙위 결정을 계기로 일방적인 독주에 나서면 용납하지 않겠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와 결연히 맞서겠다"고 했다.

주 최고위원은 중앙위 후 기자들과 만나 "재적 과반수가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혁신안은) 전원이 찬성해야만 유효한데,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하면 분란의 소지가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비주류 인사도 "'문재인 패권정치'의 극치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당 대표가 아닌 계파수장으로 남고자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문 대표가 추석 전에 별도의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지가 이후 계파갈등의 핵폭탄의 운명을 좌우할 뇌관으로 부상했다.

문 대표는 중앙위 후 "혁신안 통과가 재신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말씀드린 재신임은 남아있다"며 "추석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 측은 재신임 투표가 오히려 당의 분열을 불러온다며 연기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재신임을 묻는 순간 모든 것이 권력투쟁으로 바뀐다"며 "당을 둘로 나눠 자신을 지지하는 쪽만 데려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비주류에서는 문 대표가 전날 안 전 대표의 회동에서 재신임 투표 실시와 관련해 추후 논의키로 한 것을 두고, 사실상 연기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비주류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사실상 창당작업에 착수하는 등 신당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격해진다면 비주류 인사들에게 탈당이나 분당의 명분을 주는 등 원심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