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열지 않고 선천성 심장기형 치료…수술 위험 부담 크게 줄 듯

입력 2015-09-16 17:36
세브란스병원 최재영 교수(오른쪽)의 시술 장면

그동안 가슴을 여는 큰 수술만 가능했던 선천성 심장기형 환자의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처음으로 성공을 거뒀다. 10년 주기로 인공판막을 교체하기 위해 개흉(開胸)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환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최재영 교수팀은 지난달 말 심장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는 폐동맥 폐쇄증 및 선천성 복합 심장기형질환 등을 앓아온 환자 3명에게 다리 정맥으로 카데터(가느다란 관)를 집어넣어 폐동맥까지 접근시킨 후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환자들은 3, 4일 입원 후 일상에 복귀해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폐동맥은 심장의 방 4개(좌우 2심방, 2심실) 중 우심실에서 폐로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여기에는 심장에서 뿜어내는 피가 한쪽으로만 흐르고 역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판막이 놓여있다. 태어날 때부터 이 판막에 문제생기면 인공판막으로 바꿔주고, 평균 10년 정도 지나면 제 기능을 잃어 다시 교체해야만 돌연사 등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중증의 심장기형 환자의 국내 규모는 정확히 파악돼 있지 않다. 다만 세브란스병원에만 1500명 이상 등록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잦은 심장수술에 따른 내부 장기유착 등 부작용 우려로 부담이 컸다. 새 시술법은 환자 다리정맥을 약간 절개해 카데터를 넣고 이를 심장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 근처로 접근시킨 뒤 기존 판막 안으로 새 판막(18~22㎜)을 겹쳐 끼워 넣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심장 내부로 카데터가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지는 시술인 만큼 고도의 숙련도와 환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2000년 초반 처음 시술이 이뤄진 후 미국 등 30여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인공판막 재료비만 3000만원이 드는 등 비용부담이 커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의료진과 환자들은 희망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