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는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각각 A1(안정적), A+, A+로 줬다. 역대 최대 평가였다. 그리고 곧바로 외환위기가 왔다.
지난 15일 정부는 3개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역사상 처음으로 역대 최고등급인 AA-를 부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배포 당시 국회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재정 부실 등 데이터를 근거로 ‘초이노믹스’가 실패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보도자료를 보면 한국은 우호적인 정책 환경과 견조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S&P의 설명이 포함돼 있다. 최 부총리도 국감 현장에서 “의미있는 등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역대 최고 등급을 줬던 건 외환위기 직전이었다. 이후 곧바로 최하 등급으로 떨어졌다”면서 “카드 사태가 나기 직전 카드사들에 대해서도 평가사들은 최고 등급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국내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를 두고 논쟁은 예전부터 계속됐다. S&P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미국 은행들이 발행한 모기지담보증권(MBS)에 실제 이상으로 부풀린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이로인해 올 초 S&P 모회사인 맥그로우힐 파이낸셜은 미국 법무부 및 19개 연방 주정부에 각각 6억8750만 달러(약 7557억원)씩 벌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미 법원은 신용평가사들이 MBS에 높은 신용등급을 매겼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증권을 사들였지만 이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며 시장이 폭락하자 연쇄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신용등급은 수치와 통계 등을 활용해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참고할 가치는 있지만 신용등급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국제신용등급평가 떨어지는 건 한순간…믿을 수 있을까?
입력 2015-09-16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