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신임 대표가 취임한 뒤 참석한 첫 공식행사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15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영국 본토 항공전 승리 75주년 기념식에서 국가 ‘하나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지 않았다. 영국 본토 항공전은 1940년 7월~10월 영국 상공에서 영국과 독일이 벌인 공중전을 말한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코빈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은 “여왕과 본토 항공전에 참여한 조종사들에게 큰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참전 용사도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코빈이 얼마나 속이 좁은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적어도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은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노동당은 “코빈 대표는 국가가 연주될 때 기립한 채로 ‘존중의 침묵(Respectful Silence)'을 지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옹호론도 있었다. 코빈이 여왕제 폐지를 주장하는 공화주의자이자 반전평화주의자인 것을 고려하면 전승 기념일에 여왕을 떠받드는 내용의 국가를 부르지 않은 건 당연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보수당의 제임스 그레이 하원의원은 “코빈은 평화주의자이고 왕실주의자가 아닌 데도 맨 앞줄에 서서 행사에 동참하는 성의를 보였다”고 변호했다.
그의 옷차림도 논란이 됐다. 코빈은 자켓 안의 와이셔츠 윗단추를 풀었고 넥타이도 느슨하게 맸다. 자켓과 바지도 짝이 안 맞았다. 같은 당 월터 존슨 하원의원은 “퇴근하는 아일랜드 해군 같은 옷차림이었다”고 꼬집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첫 공식석상에서 국가 제창 거부
입력 2015-09-16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