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쏟아지는 난민 감당 못해…“누구라도 떠날 수 밖에 없다”

입력 2015-09-16 17:11
유럽이 쏟아지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국경통제에 나섰지만 난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리아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나란히 시리아 현지 사정을 전하면서 “지금은 누구라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 도시인 두마의 상황을 전하면서 “인구 50만명 정도의 꽤 큰 도시였지만 정부군과 반군 간 전투로 지금은 5가구 중 4가구가 피난을 간 상태”라고 지적했다. 두마는 현재 사람이 다쳐도 치료할 병원이 없고, 관공서는 물론 시장마저도 파괴돼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지난 달에는 12일부터 31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부군의 공습이 이뤄져 그나마 버티던 사람들마저 짐을 싸고 있다. 남은 사람들은 공습이 두려워 해뜨기가 무섭게 들로 나가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그나마 정부군이 시야가 확보된 들은 공습을 덜 하고 있어서다.

두마는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NYT는 알레포나 홈스 등과 같이 반군이나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큰 도시들은 정부군의 공습이 더 많고, 반군이나 IS가 정부군의 첩자라고 의심해 민간인들을 수시로 처형하기 때문에 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전했다.

살 곳이 점점 줄어들자 사람들은 그나마 도시 기능이 살아 있는 다마스커스로 몰리지만, 다마스커스의 주요 통로는 반군과 정부군이 이중으로 통행을 막거나 ‘통행료’를 받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주변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등으로 빠져나가지만 현지인들의 냉대가 심해 다시 유럽행에 나서고 있다.

WP는 자녀들과 자신들의 미래 때문에 시리아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하산(33)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5년째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유럽행에 나서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자신을 24세의 바쉬르라고만 소개한 한 청년은 “정부군에 있다가 고립돼 탈영했는데 정부군은 물론 반군과 IS에 의해 잡혀 죽을까봐 시리아를 탈출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청년들이 징집을 피하려고 나라를 떠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