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결국 진통 끝에 통과

입력 2015-09-16 16:33
새정치민주연합 ‘공천혁신안’이 16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대표도 첫 ‘재신임 관문’을 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 내홍도 고스란히 노출돼 ‘반쪽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중앙위 통과 기세를 재신임 투표까지 이어가 ‘굳건한’ 지도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여전해 재신임 투표 강행 여부가 당내 갈등 수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후 2시 시작된 중앙위는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고 중도 퇴장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중앙위 의장인 김성곤 의원이 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 인사말 이후 비공개 전환을 선언하자, 비주류 조경태 의원이 중앙위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앙위원들 사이에서 “무슨 소리냐” “하던 대로 하자”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어제부터 자신들의 ‘패거리’ 되시는 분들이 많이 올라오도록 독려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동원된 사람들이 계파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무기명 투표를 강력 주장해 온 비주류 진영은 이 요구가 거부되자 중도 퇴장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은 “문 대표의 신임이 걸린 인사사항이기 때문에 무기명 투표를 요청했으나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권은희 의원도 “투표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라 공정한 투표가 보장되지 않아 퇴장했다”며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상당한 진통 끝에 지도체제 변경 및 공천 관련 혁신안이 모두 중앙위를 통과하면서 문 대표는 ‘1차 재신임’을 얻게 됐다. 문 대표는 중앙위에서의 여세를 몰아 빠른 시일 내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신임 투표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당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기대다. 또 중앙위 연기와 공천혁신안 의결 보류, 무기명 투표 등 비주류 진영이 강하게 요구한 사항들도 모두 무산되면서 비주류 진영의 취약한 당내 기반을 드러내, 향후 당내 권력투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당 내홍은 겉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 당내 일반적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는 방식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반통합적 방식”이라며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문 대표가 이번 중앙위에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연계’시켜 국정감사 등 당의 중요한 이슈를 묻어버렸다는 당내 비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중앙위 개최와 관련해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파행되는 등 하루 종일 갈등상황이 계속됐다. 문 대표는 오전 사전 비공개 최고위회의 때 공개회의 불참 입장을 밝혀 공개회의가 파행됐다. 혁신안 부결시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공개회의 참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대표가 공개 최고위를 열지 않을 생각이라면 중앙위에서도 ‘혁신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식의 연설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 대표는 중앙위 인사말에서 “오늘 혁신안 통과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