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저성과자' 기준 어떻게…성과 개선 노력 않을 때만 해고 인정

입력 2015-09-16 16:30 수정 2015-09-16 18:04

이른바 ‘저성과자’란 어떤 직원이고, 이들에 대한 해고는 어떤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지난 13일 저성과자와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저성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에는 저성과자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고, 이들을 해고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하지만 재계와 법원의 판단들을 종합하면 저성과자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우선 법원의 부당 해고 관련 판결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일을 못한다고 해고하는 것은 ‘부당 해고’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대신 성과가 극히 낮은데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고를 인정하고 있다.

A기업에 다니는 부서장 B씨는 부서장 대상 평가에서 94명 중 93위를 기록했다. B씨는 이듬해 실시된 전체 평가에서도 전 직원 1026명 중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B씨는 회사에서 역량 향상 교육을 받았지만 교육결과도 간부직원 6명 중 꼴찌였다. B씨 해고에 대해 법원은 2004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C씨는 인사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그는 개인 블로그에 상사들에 대한 비방과 명예훼손성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회사는 C씨를 대상으로 역량향상 교육을 실시했으나 C씨는 교육에 무단으로 불참하는 등 개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C씨 해고에 대해서 법원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반면 평가 기준이 자의적이고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면 회사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D씨는 시스템통합사업 수주를 위해 임원급으로 영입됐지만 2개월간 영업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법원은 2개월간 업무적격성과 실적으로 판단한 것은 단기간에 이뤄진 비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고 회사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E씨는 4회 연속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해고됐다. 하지만 법원은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업무능력이 객관적으로 불량하다고 단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380개 대·중소기업을 상대로 저성과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들은 ‘평가 시 최하위 등급을 받는 근로자’ ‘최소한의 업무 역량도 미달하는 근로자’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임금간의 격차가 큰 근로자’를 저성과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기업 내 저성과자가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대기업은 ‘5~10%’라는 응답이 45.4%로 가장 많았고, 10~15%라는 응답이 23.5%로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은 ‘5% 미만’이라는 응답이 59.8%로 가장 많고, ‘5~10%’라는 응답이 25.4%였다. 실태조사만 보면 대기업의 저성과자 비율이 중소기업보다 높은 셈이다.

기업들이 저성과자를 관리하는 방식은 직무교육 강화(41.2%), 직무 변경(34.3%), 임금 삭감 등 보상·처우조건 활용(17.8%)이 많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6일 “업무가 적성에 안 맞아 성과가 낮을 가능성도 고려해 직무 재배치 등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의 성과가 낮은 것은 기업의 인적관리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해고 조건이 완화되도록 제도가 바뀌면 기업은 인사평가 제도를 현재보다 더 체계적으로 보완해 근로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