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행위 도중 상대방이 “이건 강간이야”라며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혔을 때 즉시 행위를 중단하고 사과했다면 강간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 A씨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모(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2013년 1월 A씨를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최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최씨는 피해자로부터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성행위를 중단했다”며 “강간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성행위를 멈출 정도였다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최씨가 반항을 억압하기 위해 힘을 행사했다는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한 점과 성행위 중단 이후 4시간 동안 고성 없이 대화를 나눈 점, 이후 A씨가 자신의 남자친구가 있는 장소까지 최씨의 차를 타고 이동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2012년 12월 A씨의 친구인 B씨를 차안에서 성폭행했다는 최씨의 또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발생 이후 최씨와 일상적인 문자 메시지와 통화를 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성관계가 적어도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오빠, 이건 강간이야” 말에 성행위 중단…대법 “성폭행 혐의 무죄”
입력 2015-09-16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