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양국의 가곡을 함께 부르는 ‘노래, 하나, 울림’ 콘서트가 두 나라에서 잇따라 열린다. 한국에서는 20~21일 대한성공회서울대성당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일본에서는 10월 10일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쇼와음악대학 유리홀에서 예정돼 있다. 2013년 시작돼 올해 3회째다. 양국 관계가 수년째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노래로 하나가 되는 이 콘서트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콘서트는 2012년 시모야카와 교스케 쇼와음대 이사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매년 전국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가곡 콩쿠르를 여는 쇼와음대는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1주일간의 이탈리아 연수를 제공해 왔는데, 시모야카와 이사장이 한·일 고등학생들의 가곡 콘서트 교류로 바꾸자고 한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현이 쉽지 않아 보였던 콘서트는 지한파인 성악가 겸 기획자 도다 유키코 씨와 지일파인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가 다리 역할을 하면서 궤도에 오르게 됐다.
서울 콘서트를 앞두고 16일 대한성공회서울대성당에서 도다 씨와 유 신부를 만났다. 도다 씨는 “콘서트 하나로 국민들의 인식이 확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청소년들이 노래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콘서트에 대한 도다 씨의 열정이 한·일 양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이끌어 냈다”고 했다.
일본 명문 사립 오페라단인 니키카이 합창단에서 활동하던 도다 씨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 정부의 국비 장학생으로 서울에 왔다. 한양대 음대에서 공부하며 알게 된 한국 음악계 인맥과 유창한 한국어를 바탕으로 콘서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일본 도쿄 릿쿄대 교목이었던 유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콘서트 공연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유 신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콘서트를 통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콘서트에는 피아노 반주자와 합창단 외에 선화예고·계원예고·경기예고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학생 5명과 쇼와음대 주최 콩쿠르 입상자 2명이 참가한다. 당초 일본에서 6명이 오려고 했으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8월 일정이 연기되면서 줄게 됐다. 하지만 일본 공연에선 콩쿠르 입상자 6명이 모두 나온다. 양국 학생들은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가곡 10여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노래, 하나, 울림… 韓日 고교생들을 가곡으로 연결한 유시경 신부와 도다 유키코
입력 2015-09-16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