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평양 출신 탈북자에게 사투리 배웠어요”

입력 2015-09-16 18:41

고3 배우 여진구(18)가 영화 ‘서부전선’에서 같은 나이의 북한군 병사를 연기했다. 26일 개봉되는 ‘서부전선’은 일급 기밀문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한국군 남복(설경구)과 이 문서를 우연히 획득한 북한군 영광(여진구)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코믹 전쟁영화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킥킥 웃음이 난다. 영화 속 여진구의 해맑은 표정이 귀엽기도 하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찍은 작품 가운데 저랑 나이도 같고 행동하는 것도 비슷해 실제처럼 즐겁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고교생 병사 영광이가 고참의 명을 받들어 탱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안쓰러웠어요. 두려움이 많고 어리버리하면서도 솔직한 성격이 저랑 닮았죠. 빨리 전쟁이 끝나 집에 가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은 마음 이해가 가요.”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왕세자도 해보고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탈출을 꿈꾸는 정신병동 환자도 해본 그이지만 이번 배역은 경험도 없고 해보지도 않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참담한 전투장면을 그리는 게 아니라 포화 속에 깃든 우정이라고나 할까요, 평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여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영화에서 영광이는 “우리는 인민을 해방시키려고 왔습네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한다. 북한 사투리가 그럴 듯하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에게 한달 정도 사투리를 배웠어요. 사투리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끌려와서 혼자 남겨졌을 때의 공포심, 적을 만났을 때의 두려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그는 남남케미(남자 배우 둘이 호흡을 맞추는 것)를 이룬 설경구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선배님은 평소에도 남복이 그 자체였어요. 밥 먹을 때도 그렇고 쉴 때도 그렇고 실제 인물처럼 설렁설렁 행동하고 얘기하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느꼈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김윤석 선배님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는데 제가 인복이 많은가 봐요. 하하.”

극중 영광이는 틈만 나면 전쟁의 당위성을 내세운다. “‘인민해방’ 운운하는 대사는 영광이가 제대로 이해하고 한 건 아니라고 봐요. 세뇌당해 그냥 암기한 거겠죠. 제 또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솔직히 한국전쟁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상처가 깊구나,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걸 알게 됐어요.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영화 장르에 대해 유쾌한 웃음과 가족의 의미,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종합선물세트’라고 규정했다. 정우성 주연의 ‘비트’처럼 청춘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힌 여진구는 “요즘 잘 나가는 청춘스타 유아인과 함께 찍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그럼 대박이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대학(연극영화과 지망)에 들어간 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