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이주일이 지난 절도범 A(29)씨. 지난 9일 새벽 인천 남구 주안동 인천고동학교 근처 주택가에 주차돼 있던 한 승합차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었다. 백미러가 접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문이 제대로 잠겨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승합차 조수석 문을 열어젖힌 순간 A씨는 깜짝 놀랐다. 차량 앞쪽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차량 뒷좌석에 건장한 체구의 남성 2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그대로 달아났지만 400m 가량 도주하다가 잡혔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두 사람의 남성이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절도미수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A씨가 노렸던 승합차는 겉면에 경찰 마크가 부착되지 않은 일명 ‘잠복용 미노출 경찰차량’이었다. 인근에서 차량 유리창을 깨고 금품을 훔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이 절도사건 전담팀을 꾸리고 승용차 2대로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대의 문을 A씨가 열었던 것이다.
당시 승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김인철 경사와 박성주 경장도 갑자기 A씨가 문을 열어젖혀 깜짝 놀랐으나 ‘실수로 문을 연 것 같지 않다’는 직감에 곧바로 절도범을 쫓아가 검거했다.
A씨는 남동서 수사팀이 쫓던 차량털이범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절도 6건 등 전과 8범인 A씨는 지난달 13일 만기 출소한 뒤 인천 남구와 남동구 일대에서 빈집 3곳과 차량 6대를 터는 등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차량 외부에 경찰 마크가 없어 잠복근무 중인 경찰차량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황당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경찰 잠복차량 털려던 '황당' 절도범...교도소 출소 2주만에 다시 쇠고랑
입력 2015-09-16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