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쇼, 산소마스크 끼고 울었다”… UEFA 챔스리그 살인태클 논란

입력 2015-09-16 10:15 수정 2015-09-16 11:20
붉은색 유니폼이 루크 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루크 쇼 트위터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은 이겼지만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경기를 마치고 기세등등한 쪽은 패배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였다. 세계 축구팬들도 맨유의 옆에서 에인트호벤을 향해 눈총을 쐈다. 에인트호벤이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첫 판에서 맨유의 젊은 수비수 루크 쇼(20)를 쓰러뜨린 ‘살인태클’로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상황은 16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발생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개막일 최고의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맨유와 에인트호벤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이었다. 맨유의 왼쪽 풀백인 쇼는 전반 14분 상대 진영을 뚫기 위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에인트호벤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27·멕시코)의 슬라이딩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쇼는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맨유 의료진은 그라운드에서 10여분간 치료를 시도했지만 쇼의 몸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쇼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오른쪽 다리의 이중 골절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스무 살로 어린 쇼에겐 선수생명이 걸린 치명적 부상이다. 쇼에게 두 발을 들고 살인 태클을 날린 모레노는 세계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축구팬들은 SNS에서 “이건 경기의 일부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 “과한 승부욕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닌 모레노에게 동업자 정신이 없었을 뿐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앞으로 15년은 더 뛸 수 있는 쇼가 여기서 은퇴하면 모레노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맨유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패배보다 쇼의 부상을 앞세워 에인트호벤에 항의했다. 판 할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패배가 아프다. 하지만 쇼의 부상이 더 뼈아프다”며 “우리에게 페널티킥을, 상대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각각 주지 않은 상황을 말하면 나는 나쁜 패배자로 몰리겠지만 그것(모레노의 태클)은 분명히 두 발을 모두 사용한 아주 나쁜 태클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18세에 맨유로 입단한 쇼는 두 번째 시즌을 환상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됐다. 쇼는 라커룸에서 산소마스크를 입에 쓰고 울고 있었다. 그가 올 시즌 중 다시 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모레노는 세계적으로 불거진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트위터에 사과했다. 모레노는 쇼의 트위터 계정을 연결하면서 “무엇보다 내 모든 기운을 그에게 보내고 싶다. 나도 같은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빠르게 회복하길 희망한다. 완벽한 몸 상태로 그라운드에서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도 축구팬들에게 리트윗 되면서 비난 여론을 더 키웠다.

에인트호벤은 맨유를 2대 1로 이겼다. 하지만 살인태클 논란으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없었다. 에인트호벤의 필립 코쿠 감독은 “모레노에게 상대를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