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당의 운명을 건 혁신안 의결을 두고 2012년 대선 당시를 연상시키는 '핑퐁대치'를 벌이다 막판 담판으로 파국을 면했다.
양측은 번갈아가며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다가도, 중앙위 이후의 혁신은 함께 논의하기로 하는 등 협력의 여지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중앙위 이후 경쟁적 협력관계 복원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안 전 대표가 혁신안 의결을 묵인하는 것인지 등 민감한 사항에는 또 양측의 진실공방을 벌여 오래된 앙금을 털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공개서한 등을 통해 혁신안 의결을 둘러싸고 '주거니 받거니' 공세를 벌이던 두 전·현직 대표는 이날도 문 대표의 협력 요청을 안 전 대표가 다시 거절하는 등 난타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고, 문 대표 역시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며 전격적으로 이날 회동이 성사됐다.
양측의 회동은 지난 5월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위해 만난 후 4개월만이다.
이날 회동의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에는 문 대표가 이날 국방위 국감에서 연평도를 방문한 일이나, 안 전 대표가 복지위 국감에서 논의한 내용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안 의결 등이 화제로 오른 후에도 양측은 격한 충돌보다는 공개서신을 쓴 배경 등을 얘기하며 1시간 20여분간 속내를 모두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설명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문 대표도 공감, 함께 노력하기로 하면서 일종의 '성과'를 남겼다.
안 전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나 조국 교수가 "혁신은 실패했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면비판한 데에 대해서도 "권력투쟁이 아닌 제대로 된 혁신논쟁을 하자는 것이 진의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은 다음날 혁신안 의결 여부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재신임 표결을 두고도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2017년 대권경쟁을 조기점화한 듯한 양측의 '정면충돌' 기류를 누그러뜨리고, '경쟁적 협력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양측이 그동안 '물과 기름' 같은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나름대로 협력체제의 토대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단일화 때부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물론 양측 참모들 사이에서도 오래 불신이 쌓인 만큼, 이후 협력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실제로 양측이 회동 후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은 달랐다.
문 대표 측은 중앙위 후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미리 제안한 혁신방향에 문 대표가 공감한 점에 주목했다.
또 문 대표 측에서는 이날 회동의 결론이 문 대표의 혁신안 의결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고개를 들었지만, 안 전 대표 측은 "묵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재신임 투표 철회에 대해 추후 논의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에도, 안 전 대표 측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문 대표가) 강행한다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이 회동할 때마다 불거졌던 '진실공방'도 되풀이됐다.
김성수 대변인이 "'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 이야기가 많았다"고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안·박 연대라는 단어가 잠시 등장했을 뿐 희망스크럼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문재인-안철수, 2012년 대선 데자뷔?” 핑퐁대치끝 절충?…혁신은 함께
입력 2015-09-16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