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국정감사” “인격살인 공격” 대 “실세부총리 거만함”

입력 2015-09-16 08:44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15일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의 국감 태도를 '아프리카 후진국'에 비유한 여당 의원의 발언과 피감기관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 태도 등을 놓고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정회하는 등 한때 파행했다.

발단은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의 발언이었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야당 의원을 겨냥해 "피감기관장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할 기회를 안 주고 윽박지르고, 인격 모독적이고 인격 살인적인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너무 창피해서 같이 앉아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누구를 가리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 알지 않느냐"고 답했다. 전날 기재위 국감에서 최 부총리를 거세게 몰아세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을 지칭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박영선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무슨 인격 살인이 있었으며, 무슨 아프리카 나라 같은 운영이 있었느냐"며 "오히려 최 부총리가 야당 의원이 질문을 못 하도록 말하는 도중 끼어들면서 상황 자체를 흐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어떤 발언이 그렇게 모독적이었는지 되묻고 싶고, 우리 위원회 운영이 아프리카처럼 진행됐다는 데 대해 발언 당사자의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나 의원이 "해당 의원이 불쾌하다면 직접 말씀드리지 않고 당 대책회의에서 말한 것은 사과하겠다"며 '아프리카 비유'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최 부총리의 답변 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데 질의시간 7분을 거의 소진한 뒤 답변을 요구하자 최 부총리는 "7분 내내 질문을 주셨는데, 7초가 남았다. 7초 안에 답변을 다 할 수가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회의 진행을 위해 "핵심적인 것만 답변해달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최 부총리는 "뭘 답변하라는 거냐. 제가 머리가 나빠서 7분 동안 계속 말씀하시니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정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의 태도를 두고 "대단히 부적절했다"(박원석), "누가 감사위원이고 누가 피감기관장이냐"(박범계), "역사상 이런 국감은 없었다"(오제세) 등 격앙된 표현을 쏟아냈다. 김관영 의원은 "'실세 부총리'의 거만함이 은연중 묻어나는 태도"라며 최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에선 강석훈 의원이 "7분 동안 일문일답을 하도록 한 룰에 위배됐다"고 홍 의원의 질의 방식을 문제 삼았다.

김태흠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막말 안 했느냐. '재벌 비호세력'이라거나 '저런 게 무슨 국무위원이냐'고 말하는 게 무슨 정책감사인가"라며 "스스로 되돌아보라"고 쏘아붙였다.

이같은 의사진행 발언만 1시간 넘게 오간 끝에 오후 국감은 2시간 가량 중지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최 부총리는 감사가 재개되자 "(답변 태도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성실히 답변하겠다"면서도 "가급적 질의 과정에서 인격 모독은 자제해달라. 저도 국무위원이기 전에 사람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인데, 지역구민들이 보면 '저 사람이 재벌 앞잡이구나, 나라 팔아먹은 주범이구나'라고 보지 않겠느냐"고 북받쳤던 감정을 토로했다.

한편, 기재위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 현상이 반복되자 질의시간을 '답변시간 포함 7분(주질의), 5분(보충질의)'에서 '답변시간 제외 4분, 3분'으로 바꿔 국감 기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