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웃사촌이…” 곗돈 8억원 ‘먹튀’한 계주 쇠고랑

입력 2015-09-16 06:52

이웃 노인들을 상대로 모은 곗돈 8억원을 들고 도망간 계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김모(59·여)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6월과 12월 매달 200만원씩 25개월간 돈을 내면 계원들이 차례로 매달 5000만원씩 타는 ‘번호계' 2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고모(77·여)씨 등 20명으로부터 곗돈 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번호계란 계원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목돈을 받는 방식이다. 후순위로 갈수록 이자가 붙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곗돈을 받을 순서가 된 계원에게 “급하게 돈을 먼저 타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순위를 뒤로 미루고 이자를 더 받으라”고 꼬드기는 수법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계원들한테서 거둔 돈을 찜질방을 운영하면서 생긴 대출 이자와 개인 채무 등을 갚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같은 동네에서 20여년간 함께 살아 친분이 쌓인 김씨를 믿고 곗돈을 맡긴 60∼70대 여성들이었다.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어렵게 생활하는 와중에 목돈을 마련하려고 계에 참여한 노인도 있었다.

김씨는 여러 사람의 곗돈 지급일이 미뤄진 것을 수상히 여긴 계원들이 올 3월 자신을 경찰에 고소하자 다음 달 종적을 감췄다가 이달 10일 검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