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배우 설경구(47)는 영화 ‘서부전선’ 촬영 중이었죠. 당시 개봉한 전작 ‘나의 독재자’(2014) 홍보 인터뷰에서 그를 만난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 막바지 서부전선 이야기를 살짝 꺼냈습니다. 설경구는 딱 한 마디를 건네더군요. “여진구만 믿고 가는 거죠, 뭐.” 유쾌한 농담이겠거니 했습니다. ‘하하하’ 함께 웃은 뒤 끝인사를 나눴죠.
그 말의 의미를 지난달 25일 열린 서부전선 제작보고회 때 알았습니다. 설경구는 출연을 결정하기 전 “상대역으로 여진구를 캐스팅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답니다. 북한군 학도병 영광 역에 여진구(18)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다른 배우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답니다. 여진구의 출연 계약이 성사된 뒤에야 본인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군요. 강한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이렇게 성사된 두 사람의 만남은 역시나 빛이 났습니다. 극중 설경구는 농사를 짓다 끌려온 남한군으로 분했는데요. 여진구와의 호흡이 기대 이상입니다. 둘 사이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에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납니다.
1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함께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설경구는 “내가 여태껏 함께했던 여배우 중 최고의 여배우”라며 여진구를 치켜세웠습니다. 여진구는 “감사하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습니다.
[친절한 쿡기자] “서부전선? 여진구만 믿어” 설경구의 후배사랑
입력 2015-09-16 00:07 수정 2015-09-16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