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맘에 안들면 환불” 신개념 뉴스 블렌들…네덜란드 넘어 독일, 유럽으로

입력 2015-09-15 19:57
사진=블렌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월정액 가입도 필요 없고 기사를 읽은 뒤 맘에 안 들면 환불해 주는 신개념 뉴스플랫폼 ‘블렌들(blendle)’의 뉴스서비스가 네덜란드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본격 상용화에 돌입했다.

14일(현지시간) 공영 ARD방송 등 독일 매체들은 블렌들이 독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브렌들은 지난해 5월 네덜란드의 전직 기자들이 시작한 새로운 인터넷 뉴스서비스로 ‘미디어업계의 애플 아이튠’ ‘참신한 인터넷 가판대’로 불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블렌들은 네덜란드의 신문 잡지 등 주요 매체들의 기사를 한 데 모아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미디어다음 등 포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광고가 없고 유료라는 점이 다르다. 또 유료이긴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 등 구미의 일부 유력 언론매체처럼 월정액을 내야만 로그인하고 구독할 수 있는 ‘요금장벽(pay-wall)’을 친 시스템도 아니다.

가입자는 특정 기사 제목과 앞부분 몇 줄 읽고 흥미가 있으면 ‘구독’ 키를 누른다. 기사가 맘에 들면 15~30유로센트(약 200~400원), 장문의 기획기사나 칼럼의 경우 많으면 1유로(약 1340원) 정도를 내면 된다. 기사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간단하게 그 이유를 적고 키를 누르면 환불해준다.

인터넷에 공짜 기사와 콘텐츠가 넘치는데도 일단 성공했다. 1년여 만인 현재 월 10~15개의 기사를 구매하는 독자가 30만 명으로 늘었다. 독자의 3분의 2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이다. 네덜란드 신문 잡지의 90%가 가입해 있으며 브렌들로부터 콘텐츠 이용료를 받고 있다.

브렌들의 창업주 마르텐 블라케스테인은 “사람들이 좋은 기사에 대해 적은 돈은 낼 용의가 있다”고 봤다면서 월정액을 내고 흥미나 필요 없는 기사를 보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마치 음악 시장에서 레코드판이나 CD를 사야만 하던 것에서 원하는 곡만 편리하게 내려받고 돈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게 한 애플의 ‘아이튠 혁명’에 브렌들을 비유한다. 언론매체로선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뿐만 아니라 환불 사유 등 독자의 반응을 뉴스 품질을 높이는 등 콘텐츠 및 마케팅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주요 매체에 속해 있건, 프리랜서로 일하던 기자 개인과 기사 자체의 질이 중요해질 수 있다. 자극적인 제목을 달거나 선정적 콘텐츠로 클릭 수를 높이려는 이른바 ‘낚시기사’ 등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

브렌들은 출범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타임스와 유럽 최대의 미디어그룹인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로부터 37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네덜란드에서 자리를 잡은 브렌들은 훨씬 더 큰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 6월부터 시험가동을 해오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쥐트도이체차이퉁, 디벨트, 슈피겔, 디차이트 등 37개 주요 신문 잡지가 계약을 체결했다.

브렌들은 이미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유럽 각국을 겨냥해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