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기 언급하며 전략적 도발 수위 한층 가중

입력 2015-09-15 17:03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암시 발언을 내놓으며 ‘전략적 도발’ 위협의 수위를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꾀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강 대 강’ 구도로 대응키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시도하거나 탄두 소형화 등 진전된 핵무기 체계를 드러낼 경우 한반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한 북한 원자력연구원장 인터뷰 중 언급된 ‘핵뢰성’이란 단어는 일차적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1년 12월 ‘김정일 동지의 혁명 유산’이란 정론에서 “인공지구위성이 두 번째로 우주에 날아오르고 핵뢰성이 두 번째로 울렸던 변이 난 그해(2009년)에 하신 우리 장군님 말씀이 심장에 메아리쳐온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006년·2009년 감행한 지하 핵실험을 ‘핵뢰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에도 과학자·기술자 등에 대한 특별감사문에서 “국방과학 부문의 전사들이 자주의 핵뢰성을 장쾌하게 울렸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언급도 대북 압박이 고조될 경우 4차 핵실험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여기에 3차 핵실험을 감행했던 2013년 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이 핵무기 생산 의지를 천명했던 사실도 상기시켰다.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이고 있다”고 한 것은 핵무기 개발에 상당한 진전 가능성을 암시한다. 따라서 탄두 소형화 등 북한이 몰두해온 무기화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5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발사 성공 장면을 공개하면서 여기에 탑재 가능한 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 인터뷰가 핵실험 경고일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중앙통신은 인터뷰 영문 보도에서도 ‘핵뢰성’을 ‘핵무기(Nuclear weapon)’로 번역해 보도했다.

다만 북한발(發) 핵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통상 적대적 정책에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표현은 핵실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핵위협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음달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국제적 압력이 커지자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1차 핵실험(2006년)을 제외한 2009·2013년 2·3차 핵실험 당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북 제재→핵실험’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유엔 안보리 등에서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4차 핵실험을 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도록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남북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핵 위협에 대한 사전 예고를 통해 우리와 미국 등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유엔 등에서 대북 제재에 나설 경우 핵실험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다만 책임 있는 당국이 아니라 원자력연구원장의 언급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입장을 강변한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