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이라크 하늘길’ 갈등

입력 2015-09-15 17:04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사실상 공식화한 러시아가 이란과 이라크 영공을 통한 군사 장비와 물자 수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라크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 시리아 서부에 있는 항구도시 라타키아의 공군기지에 도착한 러시아 콘도르 군용기들은 러시아 남부~이란~이라크 상공을 비행했다.

러시아는 당초 지름길인 흑해~불가리아 비행로를 선택하려 했으나 불가리아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하자 이 노선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러시아의 우방인 이란이 러시아 공군에 영공을 열어준 것은 불문가지. 관건은 이라크의 결정이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엔 비상이 걸렸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하이마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에게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할 것을 요청했다.

열흘이 지났지만 이라크 정부는 미국 측에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바디 총리는 이란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이라크 내 IS 격퇴전의 주요 전력 중 하나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다. 아바디 총리는 지난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의 군사 지원 확대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위험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시리아 라타키아의 공군기지에 러시아의 인력과 장비가 꾸준히 투입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관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제 T-90 탱크 7대와 주둔군을 방어하기 위한 포병 전력이 공군기지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전폭기나 전투용 헬기는 아직 목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